"논 두렁 밑에서 한 납자가 청정한 마음을 내고 있다면 그곳이 바로 절이요 그것이 바로 불교라네."

 

법륜 스님이 불교 개혁을 소리 높여 주장할 때 서암 스님이 해준 말씀이었다고 해요. 법륜 스님은 서암 스님의 이 말에 깨우친 바 있어, 진정한 불교 개혁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밖으로 향한 목소리를 안으로 불러들여 자신부터 성찰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불교 개혁의 시발점이자 종착역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진정한 절, 진정한 불교란 청정한 마음을 내는 곳(것)이지 그외 다른 곳(것)이 아니라면 감옥도 예외없이 도량(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자료 출처: http://www.bzer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8643)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옥중감회(獄中感懷)란 시예요. 읽어 볼까요?

 

일념단각정무진(一念但覺淨無塵)   한 생각 깨우치면 티끌없이 깨끗해

철창명월자생신(鐵窓明月自生新)   철창의 밝은 달 절로 새로워라

우락본공유심재(憂樂本空唯心在)   우락(憂樂)은 공한 것 오직 마음에 달려거니

석가원래심상인(釋迦原來尋常人)   석가도 원래 보통 사람이었네

 

선생은 지금 감옥에 있어요. 그런데 그 답답한 감옥 안에서 한 순간 깨달았어요. 대상에 대한 희노애락은 모두 마음이 지어낸 것이며, 마음이 지어낸 대상에 대한 희노애락이 소멸되면 모든 대상은 청정 그 자체라는 것을요. 이런 깨달음의 순간, 감옥 안 철창에서 바로 보던 서글픈 달빛도 이제는 달리 보여요. 더없이 깨끗하게요. 달빛이 슬픈 것은 내 마음이 슬프기 때문이요, 달빛이 명랑한 것은 내 마음이 즐겁기 때문이에요. 달은 본래 그 모습 그대로일 뿐인데 내 마음의 희노애락에 따라 달리 보였던 것이지요. 마음의 희노애락이 사라진 그 상태로 달빛을 보니 달빛은 청정무구 그 자체예요. 하여 선생은 대결론에 다달아요: "부처, 별 것 아니다. 깨달으면 부처일 뿐이다. 그도 깨닫기 전에는 우리와 진배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이런 선생에게 감옥은 더 이상 감옥이 아니었을 거예요. 청정한 도량(절)이었겠지요.

 

요듬 적폐 청산[개혁]을 부르짖는데  적폐 청산은, 불교식으로 말하면, 단순히 제도나 관습을 바꾸는데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본래 청정한 마음을 되찾는데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보수를 탓하지 말고, 진보를 탓하지 말고, 내 자신부터 성찰하여 청정한 마음을 되찾을 때 그것이 적폐 청산[개혁]이 아닌가 싶은 거죠. 너무 유심론적인가요? ^ ^

 

낯선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見(볼 견)과 學(배울 학)의 합자예요. 잠이 깨어 주변의 사물을 인지한다는 의미예요. 見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學은 음을 담당해요(학→각). 깨달을 각. 覺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覺醒(각성), 觸覺(촉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氵(水의 변형, 물 수)와 爭(다툴 쟁)의 합자예요. 때를 씻어 제거한다는 의미예요.  氵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爭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쟁→정). 씻어낼 때는 때와 물이 서로 다투게 된다는 의미로요. 깨끗할 정. 淨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淸淨無垢(청정무구), 淨化(정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鹿(사슴 록)과 土(흙 토)의 합자예요. 사슴이들이 달릴 때 일어나는 먼지란 의미예요. 티끌 진. 塵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塵土(진토), 塵埃(진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검은 색의 철이란 뜻이에요. 金(쇠 금)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鐵에서 金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쇠 철. 鐵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鐵鑛(철광), 製鐵(제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木(나무 목)과 斤(도끼 근)과 辛(매울 신)의 합자예요. 나무를 잘라 땔감을 장만한다란 의미예요. 木과 斤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辛은 음을 담당해요. 섶 신. 지금은 '섶 신'을 薪으로 표기하고, 新은 '새롭다'란 뜻으로만 사용해요. 새롭다란 뜻은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땔감을 새로 장만했다란 의미로요. 새 신. 新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新舊(신구), 新生(신생)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은 工(장인 공)과 口(입 구)와 寸(마디 촌)과 又(手의 변형, 손 수)와 彡(터럭 삼)의 합자예요. 교묘한[工] 말[口]에 대해 합리적 기준[寸]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헤아려[又] 본다란 의미예요. 彡은 음을 담당해요(삼→심). 찾을 심. 尋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尋訪(심방), 심사(尋思, 마음을 가라앉혀 깊이 생각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尋을 길이의 단위[여덟 자]로 풀이하기도 해요. 이 경우는 尋을 ()()()의 합자로 보고, ‘양손[左右]을 벌리면 쉽게 잴[] 수 있는 길이란 뜻으로 사용한 거예요. 나아가 이 의미를 연역하여 보통(普通이란 뜻으로도 사용해요. 위 시에서는 보통이란 의미로 사용했어요.

 

은 巾(수건 건)과 尙(숭상할 상)의 합자예요. 천자와 제후가 사용하는 깃발이란 의미예요. 巾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尙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존귀한[尙] 자들이 사용하는 깃발이란 의미로요. 常은 지금은 깃발이란 의미로 사용하지 않고 '항상'이란 뜻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천자와 제후가 사용하는 깃발은 항상 존중되며 선두에 세운다란 의미로요. 항상 상. 常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恒常(항상), 平常(평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覺 깨달을 각   淨 깨끗할 정   塵 티끌 진   鐵 쇠 철    新 새 신   尋 찾을 심    常 항상 상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舊   (   )訪   (   )醒   (   )化   (   )埃   恒(   )   製(   )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一念但覺淨無塵 / 鐵窓明月自生新 / 憂樂本空唯心在 / 釋迦原來尋常人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