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철학자 풍우란은 중국 철학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초세간(超世間)'을 말해요. 초세간은 현실과 초월이 통일된 제 3지대를 말하는 것으로 현실에 있으면서도 현실을 초월하는 경계를 말하는 것이에요. 그는 이러한 경지를 중용의 한 구절 '극고명이도중용(極高明而道中庸)'에서 '이(而)'를 가져와 설명해요. 이 '이'는 고명[초월]과 중용[일상]이 대립되지만 이미 통일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라며, 초세간이 바로 그러한 경지라고 말해요.

 

그렇다면 초세간처럼 상반되는 대립을 통일시킨 제 3지대의 사회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질적인 것이 극렬하게 표출되는 - 진보와 보수, 부자와 빈자, 도시와 농촌, 기성 세대와 청년 세대 등 - 우리 사회이다보니 그 모습이 더 궁금해져요.

 

혹 공자가 말한 '화이부동(和而不同)'이 바로 그런 제 3지대의 사회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봐요. 화이부동은 이질적인 것의 무화(無化)가 아니고 각각의 고유성이 유지되면서 조화된 모습을 말해요.

 

이질적인 모습이 극명하게 표출되는 것은 얼핏보면 대단히 불안해 보일수도 있지만 조화를 이루기 위한 전제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질적인 것이 분명하게 나타나야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밖에 없기에) 인정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지요. 이러한 것이 바로 상반되는 대립을 통일시킨 제 3지대, 화이부동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점에서 요즘 대선의 이슈로 떠오른 어설픈(?) 사회 통합 논의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오히려 좀 더 선명하게 각자의 이질성을 드러내고, 그 선명한 이질성 위에서 상대를 인정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통합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

 

사진은 '차지미 무미이지미(茶之味 無味而知味)'라고 읽어요. '차는 맛이 무미하면서도 지극한 맛이 있다'란  뜻이에요(이 문장에서 '이(而)'는 무미와 지미를 통일시키는 제 3지대 역할을 하고 있어요). 맛이 없으면 없는 거고, 지극한 맛이 있으면 있는 거지, 맛이 없으면서도 최고의 맛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화이부동'을 적용해보면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다른 맛이기 때문에 두 맛이 공존한다고, 아니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사회도 이 차 맛처럼 상호 이질적인 것들을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공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통합으로 가는 길일테구요.

 

사진의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艹(풀 초)와 余(나 여)의 합자예요. 쌉싸름 한 풀 혹은 그 풀로 우려낸 음료란 뜻이에요. 余는 음을 담당해요(여→다). 차 다(차). 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茶道(다도), 雪綠茶(설록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의 아랫부분인 乁은 땅을 의미하고 나머지 윗부분은 발을 의미해요.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어간다는 의미예요. 갈 지. 之는 '가다'라는 뜻보다 '~의'라는 소유격 조사와 '그'란 지시 대명사로 더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걸어가는 것은 누군가의 발이란 의미로 '의'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간다는데서 '그'란 의미를 이끌어 낸 것이지요. 어조사지. 之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將何之(장하지, 장차 어디로 가려 하는가), 淵深而魚生之(연심이어생지, 연못 물이 깊으면 물고기들이 그곳에 산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口(입 구)와 未(아닐 미)의 합자예요. 입을 통해 느끼는 맛이란 의미예요. 口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未는 음을 담당해요. 맛 미. 味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調味(조미), 吟味(음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땅을 의미하는 二와 人(사람 인)의 합자예요. 사람이 죽어 땅 속에 묻혀 그 흔적이 지상에서 사라졌다란 의미예요. 없을 무. 無(없을 무)와 통용해요. 无涯(무애, 끝이 없다), 无名(무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턱과 턱수염을 그린 거예요. 一은 턱을, 나머지 부분은 턱에 붙은 수염을 그린 것이지요. 턱에 붙은 턱수염처럼, 앞 말과 뒷 말 사이에 붙어 그 기능을 수행하는 말이란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어요. 말이을 이. 而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笑而不答(소이부답, 웃으면서 대답하지 않다), 視而不見(시이불견,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새가 지상으로 내려오는 모양을 그린 거예요. 一은 지상을, 나머지는 새가 내려오는 모양을 그린 거예요. 이를 지. '지극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있는 힘껏 끝까지 내려온다는 의미로요. 지극할 지. 至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至極(지극), 至誠(지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茶 차 차(다)   之 갈(어조사) 지   味 맛 미   無 없을 무   而 말이을 이   至 이를(지극할) 지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視(   )不見   調(   )   (   )名   雪綠(   )   將何(   )   (   )誠

 

3. 다음을 한문으로 써 보시오.

 

  차는 맛이 무미하면서도 지극한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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