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신라 경문왕은 귀가 유달리 컸죠. 큰 귀를 신하들과 백성들이 흉볼까 봐 모자로 덮어 가렸죠.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왕의 모자를 만드는 사람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발설할 수는 없었죠. 발설하고 싶지만 발설할 수 없는 상황. 모자 만드는 사람은 병이 날 지경이었어요. 어느 날 대숲에 들어가 거기다 대고 외쳤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 후 대숲에 바람이 불 때면 그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고려대 대나무숲이란 커뮤니티 명칭은 이 설화에서 유래한 듯 싶어요. 말하기 어렵지만 꼭 말하고 싶은 그 무엇을 토로하는 공간이란 의미로요(저의 추측. 다른 의미일수도...). 그제 이 커뮤니티에 '박공주헌정시(朴公主獻呈詩)'란 풍자시가 올라와 세간의 이목을 끌었죠. 한자의 뜻을 음을 절묘하게 이용하여 박대통령을 비판했어요.
아쉬운 것은 한시의 형식을 지키지 않은 것과 너무 궁벽진 글자들을 사용했다는 점이에요(에고, 이 놈의 흠집 잡기 버릇!). 만약 한시의 형식을 지키고 평담한 글자를 사용하여 박대통령을 풍자했다면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시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김삿갓의 풍자시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나라가 아수라장인 지금 그깟 한시 형식이 뭐 중요하겠어요! 궁벽진 글자를 사용하면 또 어떻구요! 대통령을 하야시키는데 일조가 된다면 그걸로 족하지요.
저도 현 시국을 개탄하는 오언절구 한 편을 지었네요. 짓고 보니 너무 점잖게 지은 듯. ㅠㅠ
崔順實事態有感 최순실사태유감 최순실 사태에 느낌이 있어
興國多君子 흥국다군자 나라를 흥하게 하는덴 많은 군자 필요하나
亡邦一小人 망방일소인 나라를 망하게 하는덴 소인 하나면 족하다네
專橫何至此 전횡하지차 전횡 농단 어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
自歎淚充巾 자탄루충건 절로 탄식이 나오며 눈물이 수건을 적시네
어제 뉴스를 보니 박대통령이 또 염장지르는 인사를 했더군요. 야당과 아무런 협의없이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를 내정. 참 답답합니다. 33==
사진에 나온 한시를 뜻과 음으로 읽어 볼까요?
謹惠家潔國 삼갈 근 / 은혜 혜 / 집 가 / 깨끗할 결 / 나라 국
該奈侍於他 갖출 해 / 어찌 내 / 모실 시 /어조사 어 / 다를 타
儺懶骨以斬 구나 나 / 게으를 라 / 뼈 골 / 써 이 / 벨 참
囐刀喇干多 소리 잘 / 칼 도 / 나팔 라 / 방패 간 / 많을 다
利精刀一俊 날카로울 이 / 정기 정 / 칼 도 / 한 일 / 준걸 준
預相謨擇嗲 미리 예 / 서로 상 / 꾀 모 / 택할 택 / 아양떨 다
把曲度破道 잡을 파 / 굽을 곡 / 법 도 / 꺠뜨릴 파 / 길 도
械束那嗚耐 기계 계 / 묶을 속 / 어찌 나 / 울 오 / 견딜 내
無當淳實爾 없을 무 / 마땅 당 / 순박할 순 / 열매 실 / 뿐 이
赦撚分宕質 놓을 사 / 꼴 년 / 나눌 분 / 방탕할 탕 / 바탕 질
對寒民國恩 대할 대 / 찰 한 / 백성 민 / 나라 국 / 은혜 은
諸丁士會多 모두 제 / 장정 정 / 선비 사 / 모일 회 / 많을 다
儺,懶,囐,喇,嗲,撚가 가장 낯설어 보이네요(저도 이번에 처음 접한 한자들이에요). 자세히 살펴 볼까요?
儺는 亻(사람 인)과 難(어려울 난)의 합자예요. 역귀(疫鬼, 염병 귀신)를 쫓는 다는 의미예요. 亻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難은 음을 담당해요(난→나). 구나 나. 儺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驅儺(구나, 역귀를 쫓음), 追儺(추나, 역귀를 몰아내는 행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懶는 忄(마음 심)과 賴(힘입을 뢰)의 합자예요. 타인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이라는 의미예요. 게으를 라. 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懶怠(나태), 懶性(나성, 게으른 성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囐은 口(입 구)와 獻(바칠 헌)의 합자예요. (북) 소리란 의미예요. 口로 뜻을 표현했어요. 獻은 음을 담당해요(헌→잘). 소리 잘. 나라이름으로도 사용해요. 나라이름 잘. 囐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囐噠(잘달, 남북조 시대 서역의 나라 이름), 囐囐(잘잘, 북소리의 의성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喇는 口(입 구)와 刺(어그러질 자)의 합자예요. 본래 말이 급하다는 의미예요. 口로 뜻을 표현했어요. 刺는 음을 담당하면서(자→라)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말이 급하다 보면 실수할 수 있다[어그러지다]란 의미로요. 급하게말할 라. 나팔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말하는 것과 나팔부는 것을 유사한 행위로 본 것이죠. 지금도 '나팔 분다'하면 '(부정적 의미의)말하다'란 의미로 받아 들이잖아요? 나팔 라. 喇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喇叭(나팔), 喇嘛敎(나마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嗲는 口(입 구)와 爹(아비 다)의 합자예요. 아양떤다는 의미예요. 口로 뜻을 표현했어요. 爹는 음을 담당해요. 아양떨 다. 嗲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發嗲(발다, 응석부리다), 嗲聲(다성, 응석부리며 말하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嗲는 제가 가진 한자 사전에는 나오지 않더군요. 다음(Daum)의 한자 사전에도 안나오구요. 중국어 사전에는 나오더군요. 嗲의 뜻과 예시문은 중국어 사전을 참고한 거예요.
撚은 扌(손 수)와 然(그럴 연)의 합자예요. 손으로 물체를 꼰다는 의미예요. 然은 음을 담당해요. 꼴 연. 撚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撚絲(연사, 몇 가닥의 실을 꼬아서 만든 실), 撚紙(연지, 손 끝으로 비벼 꼬아 만든 종이 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儺 구나 나 懶 게으을 라 囐 소리 잘 喇 나팔 라 嗲 아양떨 다 撚 꼴 연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紙 ( )聲 追( ) ( )怠 ( )叭 囐( )
3. '박근혜 하야'로 오행시를 지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