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었던 단어를 연일 접하게 되네요. 농단(壟斷), 탄핵(彈劾), 하야(下野). 강남의 한 아줌마가 허수아비 대통령 뒤에서 국정을 농단했으니, 그 아줌마는 합당한 처벌을 받고 허수아비 대통령은 탄핵 당하거나 하야해야 겠지요.
농단은 <맹자>에 나오는 말이죠. 제나라를 떠나려는 맹자에게 제선왕이 인편을 통해 한 가지 제안을 하죠. "큰 학관과 후한 녹봉을 제공할테니 우리나라에 머물라 주시라." 맹자가 대답하죠. "지금보다 후한 녹봉도 사양했었다. 그런 제안 때문에 머물 내가 아니다." 그러면서 계손이란 사람의 말을 빌어 오로지 잇속에만 골몰했던 한 벼슬아치를 예로 들죠. 그 벼슬아치는 퇴임하면서 자신의 자리에 자신의 자제를 앉혀 사람들로부터 잇속을 독점한다는 비난을 받았던 사람이에요. 맹자는 왜 계손이란 사람의 말을 인용한 것일까요? 그건 바로 이런 뜻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죠. "전에 후한 녹봉을 받던 처지였는데 또다시 후한 녹봉에 현혹되어 제선왕의 제안을 수락하는 것은 계손이 예로 든 벼슬아치와 다를바 없는 행위이다. 내 어찌 왕의 제안을 수용할 수 있겠는가!" 농단이란 말은 맹자가 인용한 계손씨의 말 중에 나와요.
맹자는 계손씨의 말 인용 뒤에 자상하게 농단이란 말의 유래를 설명해요(맹자의 교육자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장면이에요). "옛날 시장에서는 유무(有無)를 상통했을 뿐 이익을 챙기려는 행위가 없었다. 관리도 부당거래를 규제할 뿐 세금을 걷지 않았다. 그런데 한 비열한 사내가 높은 곳에 올라가 서로 다른 시장의 물가를 살핀 후 물건을 판매해 이익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를 저급한 자라 비난했다. 관에서도 이후로 물건을 거래하는 자들에게 세금을 걷기 시작했다."
<맹자>에 나타난 농단의 1차 의미는 '가파르게 높은 곳'이란 의미예요. 그런데 한 상인이 이곳에서 양쪽 시장의 물가를 살펴 이익을 독점했기에 2차 의미로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이나 권세를 독점하다'란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지요.
탄핵의 탄은 쏘다란 의미이고, 핵은 캐묻다란 의미예요. 관리의 죄과를 들추고[탄] 조사하여[핵] 임금에게 아뢴다는 의미예요. 지금은 "소추가 곤란한 대통령, 국무 위원, 법관 등의 고위 공무원이 저지른 위법 행위에 대하여 국회에서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함"이란 의미로 사용하죠(소추는 (검사가) 형사 사건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한다는 뜻이에요).
하야의 하는 내려가다란 의미이고, 야는 도성[중심지]에서 가장 먼 곳이란 의미예요. 1차 의미는 가장 외진 곳으로 내려 간다는 의미이고, 2차 의미는 관직이나 정계에서 물런난다는 의미이지요. 2차 의미에는 정상적으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물러난다는 의미가 함유돼 있어요. 4.19혁명으로 하야한 이승만 대통령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지요.
오늘 뉴스를 보니 대통령이 "흔들림없이 국정을 수행할 것이다"라고 했다는군요.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대통령이 무슨 국정을 흔들림없이 수행한다는 것인지, 아니 강남 아줌마가 없는 상황에서 국정을 수행할 수나 있는 것인지 궁금해 지네요. 되도록 빨리 하야하여 추억의 저도에서 지내는 것이 그나마 국민에게 모욕감을 덜 안겨주는 것 아닐까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壟은 土(흙 토)와 龍(용 룡)의 합자예요. 본래 묘지 둘레를 에워 싼 담이란 뜻이에요. 土로 뜻을 표현했어요. 龍은 음을 담당하면서(룡→롱)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용은 신묘한 변화를 일으키는 짐승인데, 그같이 묘지를 에워 싼 담은 묘지의 위치에 따라 형태가 변화한다란 의미로요. 무덤 담롱. 언덕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언덕 롱. 壟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壟塋(농영, 흙을 높이 쌓아올린 무덤), 丘壟(구롱, 산 언덕. 조상의 산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斷은 絶(끊을 절)의 변형과 斤(도끼 근)의 합자예요. 말 그대로 도끼를 사용하여 끊어낸다는 의미예요. 농단에서 '단'은 끊어낸 듯이 가파르다란 의미로 사용됐어요. 끊을 단. 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斷絶(단절), 斷交(단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彈은 弓(활 궁)과 單(홑 단)의 합자예요. 한 번에 하나씩[單] 화살을 활 시위에 재어 쏜다[弓]란 의미예요. 쏠 탄. 彈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彈射(탄사, 총탄을 발사함), 糾彈(규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劾은 力(힘 력)과 亥(돼지 해)의 합자예요. 죄수를 법으로 다스린다는 의미예요. 죄수를 법으로 다스리려면 죄수를 누를만한 물리적 법적 힘이 있어야 하기에 力을 가지고 뜻을 표현했어요. 亥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불결하고 제멋대로인 돼지는 가둬놔야 하듯이 죄수는 가둬놓고 다스려야 한다는 의미로요. 캐물을 핵. 劾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劾情(핵정, 정상을 참작하여 따짐), 劾案(핵안, 고발하여 죄상을 조사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下는 지표면[一] 아래에 있다는 의미예요. 아래라는 표시는 丨 혹은 丶로 나타냈는데 후일 이 두 개가 합쳐진 형태로 표기하게 됐어요. 아래 하. 下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地下(지하), 下待(하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野는 里(마을 리)와 予(나 여)의 합자예요. 도성으로 부터 백리 떨어진 지역을 교(郊)라고 하는데, 교 바깥 지역[郊外]을 야(野)라 해요. 里로 뜻을 표현했어요. 予는 음을 담당해요(여→야). 들 야. 野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平野(평야), 林野(임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壟 언덕 롱 斷 끊을 단 彈 쏠 탄 劾 캐물을 핵 下 아래 하 野 들 야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地( ) ( )情 林( ) 糾( ) ( )交 丘( )
3.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 의견을 말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