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을 다녀온 동료가 있었어요. 어디가 가장 마음에 들더냐고 물었더니 서슴없이 '빈!'이라고 하더군요. 아름답고 친철하고 깨끗하고 ….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박종호 씨의 여행기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를 읽으니 호기심을 넘어 동경심마저 생기더군요. 가면 돼잖냐구요? 하하하 … ㅠㅠ

 

국내에 '빈'과 유사한 발음의 '비인(庇仁)'이란 곳이 있죠. 충남 서천에요. 언젠가 버스를 타고 이곳을 지나게 됐는데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상되는 아름답고 친절하고 깨끗한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더군요. 머물지 않고 지나친 곳이기에 인심은 알 수 없었어요. 차창으로 바라본 비인의 풍경만을 볼 수 있었죠. 더없이 외롭고 쓸쓸해 보이더군요. 발음만 유사할 뿐, '빈'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곳이었어요.

 

어제 '빈'과 유사한 발음의 '비인(斐絪)'이란 상호의 떡을 받았어요. '빈'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처럼 왠지 깔끔하면서도 귀티나는 물건의 상호같은데 떡 이름이라니... 실소가 나오더군요.

 

저는 왜 서천의 '비인'과 떡 상호 '비인'에서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이미지를 기대한 걸까요? 왜 '어진 이를 숨겨주는 곳[庇仁]'이란 의미와 '아름다운 기운[斐絪]'이란 의미로 비인의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한 것일까요? 잠재의식에 뿌리내린 서구 편향주의와 한자의 단순한 한글 음 표기가 빚어낸 결과 아닌가 싶어요(비인(斐絪)의 경우, 한자와 한글이 있지만 아무래도 한자보다는 한글에 더 주목할 거예요. 한자에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한자가 주(主)인 것 처럼 써 있지만 실제는 한글이 주이지요).

 

서구 편향주의는 일종의 문화 사대주의라고 할 수 있고, 한자의 한글 음 표기는 일종의 문화 고립주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감이 있긴 하지만). 극과 극의 이런 의식이 공존한다는 것은 분열증에 가까운 것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이런 분열증에 가까운 의식이 비단 저에게만 나타나는 것일까요? 혹 우리 사회를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진의 한자는, 위에서 말한 것 처럼, '비연'이라고 읽어요. 斐는 '문채나다, 아름답다'란 뜻이고 絪은 '기운'이란 의미예요. 합쳐서 '아름다운 기운'이란 의미지요. 전고가 있는 말은 아니고 조어인 듯 싶어요(인터넷을 찾아 봤는데 전고가 없더군요). 그런데 왠지 좀 어색한 조어예요. '기운'에는 '좋은'이란 말이 어울리지 '아름다운'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죠. 문학적 표현에 중점을 두고 의미엔 중점을 두지 않은 듯 싶어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文(무늬 문, 紋의 원형)과 非(아닐 비)의 합자예요. 색다른 무늬라는 의미예요. 文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非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무늬가) 다르다'란 의미로요. 문채날 비. 아름답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무늬가 아름답다란 의미로요. 아름다울 비. 斐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斐文(비문, 아름다운 장식), 斐斐(비비,  문채가 있어 화려한 모양, 가벼운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糸(실 사)와 因(인할 인)의 합자예요. 천지간에 편만(遍滿)한 기운이란 의미예요. 편만한 기운은, 이어진 실처럼, 끊이지 않고 지속되어 있다란 의미로 糸를 가지고 뜻을 표현했어요. 因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편만한 기운은 서로 중첩되어[因]있다란 의미로요. 기운 인. 絪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絪縕(인온, 만물을 생성하는 기운이 왕성한 모양)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斐 아름다울 비   絪 기운 인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縕   (   )文

 

3. 알고 있는 좋은 상호(商號)가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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