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너무 한 거 아냐? 아무리 대학생들을 상대하는 곳이라지만!"

 "뭔데?"

 "저기 봐, 안 보여? 섹스 피자! 어떻게 가게 이름을..."

 "으~엉! 정말? 어디 봐~ 어이구, 하여간!"

 "그치, 좀 심했지?"

 "하여간 생각하는 것 하구는... 뭔, 섹스 피자여? 섹스 피자는! 센스 피자지!"

 "으~엉? .... 그러네..."

 "하여간~ 생각하는 것 하고는~"

 

오래 전, 처와 천안을 갖다오는 길에 순천향대학교를 지날 때 였어요. 주변 가게 이름에 '섹스 피자'라는 간판이 있더군요.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간판 같았어요. 그래도 좀 지나치다 싶어 혀를 찼지요. 그랬더니 그게 '섹스 피자'가 아니고 '센스 피자'더군요. 같이 갔던 아내한테 핀잔만 먹고 졸지에 '색마'로 낙인 찍혔지요.

 

<대학>에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란 말이 있어요.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란 뜻이에요. 대상에 마음을 집중해야 대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는 의미지요. 대상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마음이 다른 생각으로 채워져 있다는 걸 거예요. 제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지요. 멀쩡한 글자를 엉뚱한 글자로 오독하는 것은 마음이 다른 생각으로 채워져 있기에 그런 것 아니겠어요?

 

사진은 명차(茗茶)라고 읽어요. '차 잎으로 만든 차'란 의미예요. 그런데 저는 이것을 '도라지 차'라고 알고 있었어요. 며칠 전 아내가 사진의 차를 저에게 타 주면서 '도라지 차'라고 했기 때문이에요(나중에 물어보니, 아내도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들어다고 하더군요). 맛도 도라지 맛이 났구요. 하여 당연히 茗은 '도라지'라는 뜻일 거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니, '차, 혹은 차나무'란 뜻으로 나오더군요. 선입견으로 잘못 짚었던 것이지요. 이 역시 '섹스 피자'와 다른 바 없는 '시이불견'의 예일 거예요.

 

살면서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사소한 경우야 웃고 넘길 수 있지만 큰 일의 경우 많은 사람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겠지요. 최근 사드 배치 관련 정부의 일처리를 보면 왠지 시이불견의 일처리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전[미국]의 말씀만이 마음에 가득차 상황을 바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지 않나요?

 

茶는 잘 아실테니 만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茗은 艹(풀 초)와 名(이름 명)의 합자예요. 차(나무)의 싹이란 뜻이에요. 艹로 뜻을 표현했어요. 名은 음을 담당해요. 차(싹) 명. 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茗器(명기, 차를 마시는 그릇), 茗圃(명포, 차름 심은 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정리 문제가 필요 없겠죠?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셔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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