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으로 보이는 해바라기가 보기 좋아 사진을 찍었어요. 올 해는 밭에다 아무 것도 심지 않으려 했어요. 두 식구 사는데 뭘 심어봐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대부분 버리게 돼서 심는 것을 포기했어요. 게다가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말이지요(씨만 뿌린다고 작물이 저절로 자라는 것은 아니더군요). 그런데 옆집 형님이, 밭을 그냥 묵히면 잡초만 무성하니, 꽃이라도 보게 해바라기를 심으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마침 보관한 씨가 있다며 한 주먹 주셨어요. 별로 품이 안들어 갈 것 같아 씨를 뿌렸지요.

 

 

 

그런데 이 녀석이 요즘에 효도를 하고 있네요. 창 밖으로 이 녀석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한 거예요. 쪼란히 한군데로 몰아 심었더니 제법 운치있는 거 있죠? 처음 싹을 틔울 때 부터 꽃을 피우기까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아, 딱 한 번 거름을 줬네요) 저 홀로 잘 커서 아침마다 싱그러운 운치를 선사하니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어요. 며칠 전 바람이 심할 때 이리저리 기울어진 것들이 있기에 뿌리를 잡아 세워 줬더니 금새 꼿꼿해진 것도 더없이 가상하구요.

 

 

 

해바라기의 꽃 말은 '애모' 혹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해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유래된 말이죠. 태양의 신 아폴론을 외사랑한 물의 님프 클뤼티에가 변한 것이 바로 해바라기라고 하죠. 어찌보면 슬픈 꽃이기도 한데 꽃 그 자체로는 더없이 활기를 느끼게 하니 ― 강렬한 노랑과 초록의 조화로 조금은 모순된 꽃말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바라기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라고 해요(어? 그렇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해바라기 전설은 어떻게 설명이 되지? 저도, 잘? 죄송합니다 ㅠㅠ). 신대륙 발견이후 유럽을 거쳐 러시아에까지 전해졌고 종자가 개량되어 키 큰 해바라기가 됐다고 해요. 해바라기 씨는 피부 미용, 위 보호, 심신 안정,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능이 있어 장복하면 좋다고 해요. 단 하루에 30g을 넘겨 먹지 않도록 권유해요.

 

 

 

꽃만 보는 것도 더없이 좋은데 씨를 남겨 건강까지 챙겨준다고 하니 참 괜찮은 녀석이에요. 올 해 씨를 수확하면 잘 보관했다 내년에 또 심어야 겠어요. 해바라기는 한자로 라고 써요. '해바라기 규'라고 읽지요. '아욱 규'로도 읽어요. 艹(풀 초)와 癸(戣, 창 규)의 합자예요. 艹로 의미를 나타냈고 癸로 음을 나타냈지요. 癸는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癸는 본래 세 개의 날이 있는 창인데 중심되는 날이 가장 크지요. 해바라기는 창 자루처럼 곧게 자라 꼭대기에서 큼지막한 꽃을 피우기에 癸의 창자루 및 중심 날과 흡사한 모습이 있어요. 하여 이것으로, 주로 외형상 특징으로, 본뜻을 보충해 주고 있는 것이지요. 葵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龍葵(용규, 한방에서 '까마중'의 잎과 줄기를 약재로 쓸 때 이르는 말)와 冬葵子(동규자, 아욱의 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정리 문제'가 필요 없겠죠? 대신 윤동주 시인의 동시 '해바라기 얼굴'을 읽어 보도록 하시죠. 정말 동심으로 쓴 시예요.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 해가 금방 뜨자/ 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 누나의 얼굴/ 얼굴이 숙어들어/ 집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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