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1. 이 그림의 배경이 되는 시간대는 언제일까요?

 

질문 2. 이 그림에는 배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사진은 지난 주말 지인의 자제 결혼식에 갔다가 찍은 거예요. 지인이 잡아 준 숙소에 있던 그림이에요.

 

멋진 그림인데 화제(畵題)를 보고 그만 실소(失笑)하고 말았어요. 왜 그랬냐구요? 화제를 읽어 보면 알 수 있지요.

 

풍주재월부추수(風舟載月浮秋水), 바람 맞은 배 달빛을 싣고 추수(가을 물)위에 떠있네.

 

이 그림의 배경이 되는 시간대는 달이 보이는 저녁이 아니예요. 낮이거나 저물녘이에요. 그리고 바람 맞은 배는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아요. 그림과 화제가 맞지 않는 거죠. 실소가 나올 밖에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풍주재월부추수'는 가을 풍경을 그린 동양화에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글귀더군요. 이 그림을 그리신 분께서 자신의 그림이 가을 풍경이다보니 이 화제를 별 생각없이 갖다 쓰신 것 아닐까 싶어요. 멋진 그림에 어울리지 않는 화제를 써서 그림의 가치를 반감시킨 격이 됐어요. 화제는 동양화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2%인데, 이 그림에서는 그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어요. 아쉬워요.

 

외람되게 이 그림에 어울리는 화제를 하나 지어 봤어요. 寒岸鷗去來 客心自蕭蕭(한안구거래 객심자소소), 가을 해안에 기러기 오락가락 하니 나그네 마음 절로 스산해지네. (잘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림의 내용과 어긋나지는 않아 원 화제보다는 나은 듯.)

 

※ 혹 이 그림의 작가 분께서 이 글을 읽으셨다면 기분이 대단 불쾌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코 작품의 가치를 훼손시키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이 아니고 단순히 한자 공부를 위한 한 자료로써 사용한 것이니, 너른 이해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그림은 더없이 훌륭하다는 점을 고백합니다.

 

사진의 한자를 알아 볼까요? 風은 바람 풍, 舟는 배 주, 載는 실을 재, 月은 달 월, 浮는 뜰 부, 秋는 가을 추, 水는 물수 예요. 載가 좀 낯설어 보이는 군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죠.

 

는 수레에 올라 타다란 의미예요. 車(수레 거)로 뜻을 표현했지요. 나머지 부분은 음을 나타내는데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이 글자는 무기로 ― 글자 안에 戈(창 과)가 들어 있죠 ― 상대를 찔로 상처를 입힌다는 의미예요. 여기서 '찌른다'는 의미로 본뜻인 '타다'란 의미를 보충하고 있어요. 무기를 상대에게 찔러 넣듯이 수레 안에 올라탄다는 의미로요. 탈 재. '타다'라는 본뜻에서 연역된 '싣다'라는 뜻으로도 사용해요. 실을 재. 載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記載(기재), 揭載(게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정리 문제가 필요 없겠죠? 내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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