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공부할 때는 자리에서 일어날 때 뼈마디에서 오도독 소리가 날 정도로 공부해야 합니다."
출향하여 타지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낯설고 물설은 곳에서 공부를 하자니 여러가지로 힘든 점이 많았어요. 무엇보다 타지까지 나와서 공부를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하긴 하는데,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에서는 다른 친구들도 다 열심히 하기 때문에, 성적이 오르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평소 마음 속으로 좋게 생각하고 있던 '세계사' 선생님께서 위와 같은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세계사 선생님은 제 눈에 좀 특별하게 보였어요. 어쩌다 교무실에 가면 다른 선생님들은 담배를 피시거나 한담을 나누시는데 선생님은 교안을 열심히 보고 계셨거든요. 그래서 그랬는지 선생님의 수업은 무척 알찼어요. 판서 글씨도 필체가 좋아서 공책에 필기 하기가 좋았구요. 자연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무척 성실하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마음 속으로 그 분을 좋아 하게 되었지요. 이런 선생님께서 공부 자세에 대해 말씀을 해주시니 남다르게 들리더군요.
이후 정말 선생님의 말씀처럼 공부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노력 덕분이었을까요? 성적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고 나름대로 고등학교 생활도 정상궤도(?)에 오르게 되었죠.
사진의 한자는 대현(大炫)이라고 읽어요. 大는 큰 대, 炫은 빛날 현으로, 말 그대로 '크게 빛난다'라는 의미예요. 길거리에서 만난 빌딩 이름인데 고등학교 때 세계사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의 함자와 똑같아 남다르게 느껴지더군요. 혹 이 빌딩에서 일하는 분들도 앉았다 일어날 때 뼈마디에서 오도독 소리가 나도록 일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 ^
제 나이를 기준으로 선생님의 연세를 헤아려보면 아마도 선생님의 지금 연세는 70을 바라볼 것 같아요. 어디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연락을 하면 되잖냐구요? 하하, 선생님이 절 아실리 없을 것 같아서 연락을 드릴 수가 없네요. 전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거든요. 당시도 절 모르셨는데 어찌 저를 아시겠어요? 서운하잖냐구요? 뭔 말씀을... 선생님의 말씀이 저를 구했는데 어찌 서운할리가 있겠어요! 감사할 뿐이죠.
大는 잘 아실테니 炫만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炫은 火(불 화)와 玄(검을 현)의 합자예요. 사방을 환하게 비춘다란 의미예 요. 火로 뜻을 표현했지요. 玄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으슥하고 먼 곳까지 환하게 비춘다란 의미로요. 비출 현. 빛날 현. 炫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炫燿(현요, 밝게 빛남), 炫炫(현현, 빛나는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참고로 玄이 들어가는 글자는 대개 '현'으로 읽어요. 예를 들어 볼까요? 鉉(솥귀 현), 弦(활시위 현), 絃(악기줄 현), 眩(아찔할 현)...
이번엔 정리 문제를 아니 내도 괜찮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