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수련' 같지 않나요? 뭔 헛소리냐구요? 얼핏 보면 모네의 '수련'을 연상 시켜서... 죄송합니다.
일요일 아침 인근의 팔봉산을 갖다 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에요. 폴더폰으로 먼 거리에서 찍다보니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어요. 꽃이 선명하게 나왔으면 꽤 괜찮은 사진이 되는 건데... 아쉬워요.
연꽃은, 잘 알려진 것처럼, 불교에서 깨달음을 설명할 때 상징적인 매체로 많이 사용하는 꽃이죠. 진흙탕에서 피운 화사한 연꽃처럼 처절한 현실에 발을 두고 이상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란 의미로요. 연꽃을 보고 있자니 오랫동안 보관해 왔던 액자 하나가 생각나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고 사진을 찍었어요(아래 왼쪽 사진).
친척 한 분이 생전의 아버지께 선물했던 그림이에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제가 오랫동안 보관했는데, 집에 마땅히 걸어 놓을데가 없어 전시는 못하고 보관만 하고 있어요.
그림에 화제가 있어요(오른 쪽 사진). 무슨 내용인지 한 번 알아 볼까요?
"관차화만 여견염계 동문지지 함담공자(觀此花蔓 如見濂溪 東門之池 菡萏孔子)"라고 읽어요. "이 꽃 줄기를 보니 염계선생을 본 듯 하고, 동문 못가의 연꽃 봉오리 공자님 같아라"라고 풀이해요.
('동문지지 함담공자'의 문장이 왠지 어법에 잘 안맞는 것 같아요. 해석이 잘 안돼요. 약간 추측성으로 번역했어요. 아울러 '화만'의 '만'도 '蔓(덩굴 만)'인지 '萬(일만 만)'인지 확실히 구분을 못하겠어요. 서체에 익숙칠 않아서요. 염계선생의 '애련설'을 참고하여 '蔓(덩굴 만)'으로 보긴 했는데, 썩 자신이 없어요. 이하 이 화제에 관한 군말은 이상의 내용이 약간 불확실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죄송합니다.)
밑에 있는 정사하(丁巳夏)는 정사년(1977) 여름이란 뜻이고 범석(凡石)은, 이 그림을 그린 친척 분의 호인데, '평범한 돌'이란 의미예요.
공자를 모를 분은 없을 것 같고, 염계는 모를 분이 있을 것 같군요. 염계는 북송시대 사람으로 '태극도설'을 지어 성리학의 본격적 시원을 마련한 사람이에요. 성명은 주돈이라고 하는데 호가 염계라 흔히 주렴계라고 불리죠(염계는 주돈이가 거처하던 장소의 시내 이름이에요). 이분의 글 중에 '애련설'이 있는데, 자신이 왜 연을 좋아 하는지에 대해 쓴 짧은 에세이예요. 화제에서 연 줄기를 보고 염계 선생을 떠올렸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죠. 연꽃 봉오리를 보고 공자를 떠올린 것은 아무래도 이 그림의 중심이 연꽃이다보니 그렇지 않았나 싶어요. 공자는 유학의 종주(宗主)되는 분이니 마땅히 꽃에 비유해야 겠지요.
요컨데 이 그림을 그린 친척 분은 연 줄기와 연꽃을 바라보며 유학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지 않았나 싶어요. 『중용』에선 유학의 핵심을 '극고명이도중용(極高明而道中庸)'으로 표현하죠. 높고 밝음을 지극히 하되 중용을 따르는 것, 즉 이상을 추구하되 철저히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으려는 사상이 바로 유학이라는 거죠. 어쩌면 친척 분은 이런 유학의 핵심에 대한 사색을 통해 예술의 의미에 대해서도 사색하지 않았나 싶어요. "철저히 현실에 발을 딛고 추구하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다!" 라고 말이지요. 꿈보다 해몽이 좋은가요?
한자를 읽어 볼까요? 간지와 아호는 빼도록 하죠. 觀은 볼 관, 此는 이 차, 華는 꽃 화, 蔓은 덩굴 만, 如는 같을 여, 見은 볼 견, 濂은 내이름 렴, 溪는 시내계, 東은 동녘 동, 門은 문 문, 之는 어조사 지, 池는 못 지, 菡은 연꽃 함, 萏은 연꽃 담, 孔은 구멍 공, 子는 아들 자예요.
觀, 池, 菡, 莟만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할까요?
觀은 見(볼 견)과 雚(황새 관)의 합자예요. 황새가 물고기를 잡을 때 예리하게 쳐다보듯 사물을 세밀하게 관찰한다는 의미예요. 볼 관. 觀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觀察(관찰), 觀望(관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池는 氵(물 수)와 也(匜의 약자, 대야 이)의 합자예요. 대야에 물이 고여있듯 땅을 파서 물을 가두고 고여있게 만든 곳이란 의미예요. 못 지. 池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池魚籠鳥(지어농조, 연못의 고기와 새 장의 새라는 뜻으로 자유롭지 못한 몸을 비유하는 말이에요), 池塘(지당, 못의 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菡은 艹(풀 초)와 函(함 함)의 합자예요. 함(상자)처럼 닫혀있는 연꽃[艹]이란 의미예요. 연꽃 봉오리를 말하는 것이지요. 개화한 연꽃이란 의미로도 사용해요. 연꽃(봉오리) 함. 菡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菡萏(함담, 연꽃 혹은 연꽃 봉오리) 정도 외에는 달리 들만한 예가 없네요.
萏은 艹(풀 초)와 閻(이문 염)의 약자의 합자예요. 연꽃이란 의미예요. 艹로 뜻을 표현했고 閻의 약자는 음을 담당해요(염→담). 閻의 약자는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이문처럼 연꽃도 꽃을 피웠다 닫았다 한다란 의미로요. 연꽃 담. 萏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앞서 菡의 예처럼 菡萏(함담, 연꽃 혹은 연꽃 봉오리)외에는 달리 들만한 예가 없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觀 볼 관 池 못 지 菡 연꽃(봉우리) 함 萏 연꽃 담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魚籠鳥 ( )望 菡( )
3. 다음을 읽고 느낌을 말해 보시오.
물이나 뭍에 있는 초목의 꽃으로 사랑할 만 한 것이 자못 많다. 진의 도연명은 홀로 국화를 사랑하였고, 당 이래로 세상 사람들은 모두 모란을 몹시 사랑하였다. 그러나 나는 홀로 연꽃을 사랑한다. 연꽃은 뻘땅에서 났어도 뻘땅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살에 씻겨도 빨리 죽지 않으며, 속은 비고 겉은 곧아서 넌출도 나지 않고 가지도 나지 않으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많아서 쑥쑥 빼어나 깨끗이 서 있으니, 이것은 좀 떨어져서 바라볼 수는 있을지언정 가까이 친하여 구경할 수는 없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국화를 꽃의 은일한 것이라 하고 모란을 꽃의 부귀한 것이라 한다면 연은 꽃의 군자라 할 것이라고." 애달프다. 국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도연명이 간 뒤에 듣기가 드물거니와 연을 사랑하기 나만한 사람은 누구인고? 모란은 그저 여러 사람이 사랑하기에 마땅할 것이다.
<주돈이 '애련설(愛蓮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