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글귀를 소개합니다.
언약(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처음에는 별리(別離)의 아픔을 달래는 글귀로 만든 것이지만 지금은 강의 마지막 시간에 함께 읽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한 학기 동안 수많은 언약을 강물처럼 흘려보냈습니다. 그러나 그 언약들이 언젠가는 여러분의 삶의 길목에서 꽃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신영복,『담론』,426-427쪽.
사진은 충청남도 도청 벽에 걸려있는 간판이에요. 신영복 선생의 『담론』마지막 부분을 옮겨 놓은 거예요. 내용이 시적이라,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끌 것 같아요(사진은 아내가 찍어다 줬어요). 도민과 한 약속을[언약] 꼭 실천에 옮기겠다는[피어남]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듯 싶어요. 과장과 무미건조함으로 가득한 기존의 관제 구호와 달리 진실성이 전해져서 보기 좋아요. 충남지사 안희정씨가 진보 성향의 도지사라, 그 성향이 이 간판에 반영되지 않았나 싶어요. 아울러 얼마 전에 돌아가신 신영복선생을 추모하는 의미도 담은듯 싶고요.
『담론』에서 강조하는 가치는 '관계'와 '변방'이죠. 물질 만능과 최고 지상주의로 인간이 소외되고 주변부가 용인되지 않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신영복 선생의 화두지요. 이 화두는 '오래된 미래'란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 살만한 사회란 '관계'와 '변방'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지요. 사람이 소외되지 않고[관계] 또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것[변방] 이외에 그 어떤 중요한 가치가 있겠어요. 이렇게 보면 사진의 간판은 도정의 핵심을 '관계'와 '변방' 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볼수록 멋진 간판이에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言은 세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본래 큰 피리를 그린 것이다. 口는 부는 입을, 나머지는 취주구와 음파를 나타낸 것이다. 말하다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것이다. 둘. 직설적으로 말한다는 의미이다. 口로 뜻을 표현했고, 나머지는 음 부분이다. 셋. 맨 위의 선 두개는 上(위 상)의 초기 형태이고 나머지는 舌(혀설)의 변형이다. 혓바닥 위로 나오는 것이 말이란 의미이다. 셋 다 일리가 있죠? 말씀 언. 言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言論(언론), 言爭(언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約은 糸(실사)와 勺(구기작)의 합자예요. 끈으로 묶는다는 의미예요. 勺은 음을 담당해요(작→약). 묶을(맺을) 약. 約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約婚(약혼), 約束(약속)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言 말씀 언 約 묶을(맺을) 약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말을 한자로 쓰시오.
( )束 ( )論
3. 밑줄 부분을 한자로 써 보시오.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