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꽃이나 심으려고요."
옆집에서 옥수수 모종이 남았는데 심겠냐
고 하기에 대꾸한 말이에요. 작년에 이것
저것 심었는데 남들 나눠 주고도 남아 돌
아 그냥 썩혀서 버린 것이 많았어요. 식구
도 둘 인데다 입이 짧아 어쩔 수가 없더군
요.
하여 올 해는 아예 아무것도 안심고 꽃씨
나 뿌려야 겠다고 마음먹고 있어요. 왠지 귀가 간질간질 하네요. "누구 염장지를 일 있냐!"고 하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어떡한대요? 먹지도 못할텐데 계속 비용 들여가면서 심고 가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바닥만한 밭을 다른 이에게 빌려주기도 그렇고.
저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생긴 것이 바로 '유통' 아닌가 싶어요. 유통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서로 살리는 가교라고 볼 수 있죠. 유통이란 존재는 불가사의한 존재예요. 노자가 말한 '곡(轂, 바퀴 홈통)'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곡' 자체는 바퀴를 굴리는 그 무엇도 아니죠. 하지만 이것이 없으면 바퀴살이 제 역할을 할 수 없어 바퀴가 굴러갈 수 없죠. 유통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그 자체로는 생산과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지만 이것이 없으면 생산과 소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럴까요? 유통이 이따금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보려 횡포를 부릴 때가 있죠. 매점매석이 그 대표적인 예이죠. 그러나 '곡'이 자신을 비울 때 가치를 지니듯, '유통' 역시 자신을 비울 때, 다시 말하면 상도(商道)를 지킬 때,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곡'이 자신을 비우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 것처럼, '유통'도 자신을 비우지 않으면 결국은 생산과 소비에 문제를 일으켜 끝내는 자신도 망가질 것이기 때문이죠.
이런 점에서 보면 규제와 제재라는 외적 수단으로 유통을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유통을 담당하는 주체의 자기 역할에 대한 도의(道義)의식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 같아요. 너무 낭만적인 생각일까요?
사진의 한자는 '서경(瑞景)'이라고 읽어요. 瑞는 '상서로울 서'이고 景은 '빛 경'이에요. 瑞景은 '서산의 빛'이란 의미예요. (瑞는 여기서 단순히 상서롭다는 뜻이 아니고 지역의 의미예요.) 농산물 유통에 관한 한 서산에서 가장 모범적인 업체가 되겠다는 의미로 붙인 상호 같아요. 부디, 그런 업체가 되시길!
한자의 뜻과 음을 자세히 알아 볼까요?
瑞는 玉(구슬 옥)과 耑(揣의 약자, 헤아릴 췌)의 합자예요. 본래 왕이 작위에 따라 신하에게 나누어 주던 옥으로 만든 기물이란 뜻이었어요. 상서롭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왕으로부터 하사품을 받는 것은 좋은(상서로운) 일 아니겠어요? 상서로울 서. 瑞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祥瑞(상서), 瑞氣(서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景은 日(날 일)과 京(언덕 경, 서울 경으로도 많이 사용)의 합자예요. 햇빛이란 의미예요. 京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햇빛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비춘다는 의미로요. 빛 경. 景은 경치 경으로도 많이 사용하죠. 이 경우는 본뜻에서 연역된 것이라 볼 수 있어요. 햇빛이 따사롭게 비치는 풍경이란 의미로요. 景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景光(경광, 상서로운 빛), 風景(풍경)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플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瑞 상서로울 서 景 빛(경치) 경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光 祥( )
3. 유통의 가치를 느낀 경험 사례 한 가지를 말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