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는 성인 중에서 가장 맑은 자이다. 그는 불의한 이들과 같이 있는 것을 관복을 입고 진흙창에 앉아있는 것처럼 여겼다. 유하혜는 성인 중에서 가장 원만한 자이다. 그는 어떤 이들과도 어울렸다. 그들은 그들이고 자신은 자신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이윤은 성인 중에서 가장 책임 의식이 높은 자였다. 그는 백성이 힘들게 사는 것을 보면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고 여겼다. 공자는 성인 중에서 가장 상황을 잘 맞춘 자이다. 물러날 때와 있어야 할 때를 항상 잘 맞췄다.』(맹자)

 

 

최근 신영복 선생이 돌아 가신 뒤, 사회의 큰 어른이 점점 줄이들고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더군요.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성사회가 자본의 논리에 물든 탓이라며 자성을 촉구하더군요. 사회의 큰 어른이 갖춰야 할 덕목을 소개했는데 네 가지를 들었어요. ① 시대 변화를 촉발할 탁월한 성취 및 지성과 통찰 ② 불의에 맞서 싸울 비판과 저항 정신 ③ 반대자와 약자에 대한 관용과 베풂 ④ 당대와 호흡하는 유연한 사고 (이상 한국일보 2월 20일자 참조). 큰 어른의 덕목을 보니 맹자가 평한 인물중 백이는 ②의 덕목에 해당할 것 같고, 유하혜는 ③의 덕목에, 이윤은 ①의 덕목에, 공자는 ④의 덕목에 해당할 것 같더군요. 보편적 가치는 예와 이제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큰 인물은 그 사회의 빛과 소금같은 존재지요. 혹자는 큰 어른이라는 존재가 전근대적 가치의 소산물로 '어른없는 사회'가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보기도 하더군요(상기 신문기사 참조). 그러나 아직은, 특히 우리 사회같은 경우, 큰 어른의 존재가 필요하지 않은 가 싶어요. 모든 것이 천박한 자본의 논리대로만 움직여 인간과 생명의 가치가 자꾸 도외시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가치 전도의 상황을 일깨워줄 이는 역시 큰 어른이 아닌가 싶은 거예요. 일례로, 청계천 복원은 박경리 선생이 제안을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죠. 청계천 복원에 자본의 논리가 전혀 작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생명의 가치가 우선시 되었던 것은 분명해요. 청계천 복원은 큰 어른의 영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되요. 이런 어른들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사진의 작품은 어느 음식점에서 찍은 거예요(왼쪽). "춘풍대아능용물 추수문장불염진(춘風大雅能容物 秋水文章不染塵)" 이라고 읽어요. "봄 바람 같은 큰 아량은 능히 모든 대상을 품을만 하고, 맑은 가을 물같은 문장은 더러움에 물들지 않았네"라고 풀이 해요. 이런 아량과 문장을 쓰는 분이 바로 큰 어른이겠죠. 본래 추사 선생의 작품인데 글씨 쓴 이가 자신의 필체로 옮긴 거예요. 원래의 작품과 대조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 같이 놓아 보았어요(오른쪽, 유홍준의 『완당평전』에서 인용). 액자의 내용을 보며 문득 '큰 어른'이 그리워 몇 마디 주절거렸네요.

 

 

한자의 뜻과 음을 알아 볼까요? 春은 봄춘, 風은 바람풍, 大는 큰대, 雅는 우아할아, 能은 능할능, 容은 수용할용, 物은 만물물, 秋는 가을추, 水는 물수, 文은 글월문, 章은 글장장, 不은 아니불, 染은 물들일염, 塵은 티끌진이에요.

 

 

낯선 글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는 隹(새 추)와 牙(어금니 아)의 합자예요. 본래 까마귀의 한 종류인 갈가마귀를 의미하는 글자였어요. 지금 갈가마귀는 鴉(갈가마귀 아)로 표기해요. '우아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갈마귀의 자태와 나는 모습이 우아하다란 의미로요. 우아할 아. 雅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優雅(우아), 雅趣(아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본래 곰을 그린 거였어요. 지금 곰은 熊(곰웅)으로 표기하죠. '능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곰이 힘이 세고 상대를 잘 대적한다란 의미로요. 能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能力(능력), 能率(능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宀(집면)과 谷(골짜기곡)의 합자예요. 집이 가족을 품고, 골짜기가 물을 받아 들이듯, 수용한다는 의미예요. 수용할 용. 容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容納(용납), 受容(수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牛(소우)와 勿(말물)의 합자예요. 만물이란 의미예요. 만물 중에서 일상적으로 대하며 가장 덩치가 큰 것이 '소'라 牛(소우)로 뜻 부분을 나타냈어요. 만물 물. 勿은 음만 담당해요. 物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萬物(만물), 物體(물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木(나무목)과 氵(물수)와 九(아홉구)의 합자예요. 치자나무의 액으로 포목을 아홉 번 물들였다는 의미예요. 물들일 염. 染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染色(염색), 染料(염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鹿(사슴록)과 土(흙토)의 합자예요. 사슴들이 달려가면서 일으킨 흙먼지라는 의미예요. 티끌 진. 塵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塵埃(진애. 티끌), 吸塵(흡진, 먼지를 빨아 들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우아할아   능할능   수용할용  만물물   물들일염   티끌진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體   (    )色   (    )力   優(    )   吸(    )   受(    )  

 

3. 다음 시를 읽고 느낌을 말해 보시오.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양보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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