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마강에 고요한 달밤아/ 고란사에 종소리가 들리어오면/ 구곡간장 찢어지는 백제꿈이 그립구나/아아아아 달빛 어린 낙화암의 그늘 속에서/ 불러보자 삼천궁녀를~"
* 구곡간장(九曲肝腸) : 굽이굽이 서린 창자라는 뜻으로, 깊고 깊은 마음속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백제는 삼국 중에서 유독 더 애상적인 느낌을 전하는 나라예요. 대중가요에도 그런 정서가 여실히 묻어나죠. 그런데 백제를 그런 느낌으로만 바라보는건 다소 아쉬운 느낌이 들어요. 흥망성쇠야 어느 나라나 있게 마련인데 최후의 비극적 색채만을 가지고 전체의 색채인양 여기는 것은 불공정한 것 아닌가 싶은거죠.
백제는 한 · 중 · 일을 잇는 허브 무역지로 성장한 해상 강국이었어요. 이러 면모는 "백제"라는 이름에도 나타나죠. 百濟(백제)라는 이름 이전에 백제는 伯濟(백제) 혹은 十濟(십제)로도 불렸는데, 이 세 이름에서 공통적으로 변하지 않은 한자는 濟(제)에요. 濟는, 잘 알려진 것처럼, "건너다" 혹은 "나루터"라는 의미지요. 이 나라가 해양 국가 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伯, 十, 百 등에는 "으뜸, 많다, 최고" 의 의미가 함의 되어 있어요. 따라서 "百濟"란 나라 이름은 말 그대로 "해상 강국"이란 의미가 되는 거죠. 비록 비극적으로 막을 내린 나라이긴 하지만, 애상적 느낌으로만 대할 나라는 결코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죠.
사진은 "백제원"이라고 읽어요. 고창에서 찍은 음식점 간판이에요. 百은 일백백, 濟는 건널제, 園은 동산원이라고 읽어요. 園은 흔히 음식점 이름에 붙는 가든을 한자로 번역한 것 같아요. 간판이 형편없이 낡았어요. "백제"라는 이름이 없으면 그나마 괜찮을텐데 "백제"라는 이름이 들어간 낡은 간판을 대하니 왠지 왜곡된 백제 인식이 간판에 드러난 것만 같아 좀 아쉽더군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百은 一(한일)과 白(흰백)의 합자예요. 一은 여기서 하나라는 뜻보다 일정한 한계라는 의미로 사용됐고, 白 역시 하얗다는 뜻보다 명백하다란 의미로 사용됐어요. 종합하여 명백하게 한계를 짓는 수(數)란 의미예요. 돈을 셀 때 100을 중심적인 액수로 정한데서 이런 의미를 갖게 됐어요. 百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百萬(백만), 百姓(백성) 등을 들 수 있을까요?
濟는 氵(물수)와 齊(가지런할제)의 합자예요. 하북성 찬황현에서 발원하여 민수(泯水)로 들어가는 물이름이에요. '건너다, 나루터'란 의미는 본 뜻에서 연역된 거에요. 濟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救濟(구제), 經世濟民(경세제민,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園은 口(에워쌀위)와 袁(옷길원)의 합자예요. 긴 옷처럼 넓게 과일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주변과 경계를 짓는 울타리가 쳐있는 장소란 뜻이에요. 과수원이란 의미지요. 동산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에요. 일종의 작은 과수원이란 의미로요. 園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庭園(정원), 園丁(원정, 정원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百 일백백 濟 건널제 園 동산원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姓 庭( ) 經世( )民
3. 다음을 한자로 쓰고 뜻을 말해 보시오.
구곡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