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 그건 네가 읽을만한 책이 아니야!"
"누나 수준으로 나를 생각하지마!"
80년대 초 서울 종로 서적. 김은국씨의 소설 '순교자' 영문판인 'The martyred'를 사달라고 하자 누나는 다소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며 한 마디 했어요. 당시 누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저는 중학생이었지요. 그러나 저도 지지 않고 한 마디 했지요. 결국 누나는 그 책을 사줬어요.
그러나 누나의 말이 맞았어요. 그 때 산 책을 완독한 것은 10년이 지나서였으니까요. 누님한테 언젠가 이 이야기를 하니, 웃으면서 그런 일이 있었냐고 하시더군요.
사진의 한자는 '정초'라고 읽어요. 정할정, 주춧돌초. 주춧돌을 놓다란 의미지요. 건물을 완공한 후 첫 삽 뜬 날을 기념하여 세우는 표지석이에요. 이 사진의 건물은 15년 전에 첫 삽을 떴군요. 어느 분야인들 기초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만, 건축은 유달리 기초를 중시하죠. 기초가 없으면 건물을 지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표지석을 세우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막연한 사견입니다. 죄송).
어느 분야인들 기초가 중요하지 않겠냐고 했는데, 어학도 그 중의 한 분야가 아닌가 싶어요. 제 경우 이런 기초를 무시하고 갑자기 엽등(躐等)하려 해서 문제가 생겼던 것 같아요. 중학생 수준에 맞는 원서를 꾸준히 읽었더라면 적어도 10년은 걸리지 않았을텐데 말이지요. 당시 누님이 속으로 얼마나 저를 가당치 않게 생각했을까요? 하하하.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定은 宀(집면)과 正(바를정)의 합자예요. 집을 바르게 지어 붕괴의 염려가 없기에 편안하다란 의미예요. 안정되다란 의미지요. '정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에요. 안정되려면 사태가 결정되야 한다는 의미로요. 定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確定(확정), 定石(정석)등을 들 수 있겠네요.
礎는 石(돌석)과 楚(아플초, 보통은 나라이름초로 사용하죠)의 합자예요. 기둥 떠받치는 고통을 감내하는 돌이란 의미에요. 이런 돌을 '주춧돌'이라고 부르죠. 礎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礎石(초석), 基礎(기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定 정할정 礎 주춧돌초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基( ) 確( )
3. 기초 부실로 겪었던 힘든 경험이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