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근본은 어쩔 수 없구만!"

"아무렴, 어찌 내 근본을 저버릴 수 있겠나!"

 

수만은 그간 잊고 지내던 서월을 찾았다. 당골이란 신분이 싫어 고향을 떠난 서월이었다. 수만은 그가 모처에서 큰 음식점을 열고 성업중이란 풍문을 들었다. 모처럼만에 휴가를 내어 그가 운영한다는 음식점을 찾았다. 음식점은 생각보다 꽤 큰 규모였다. 그런데 음식점의 간판이 특이했다. 眞松圣, 참진 · 소나무송 · 성인성, 진송성이라고 읽어야 하는데 한자 밑의 한글은 진송성이 아니라 '진송골'이라 적혀 있었다. 왜 圣을 '성'이라 쓰지 않고 '골'이라 쓴 것 일까? 수만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나 음식점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수만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골은 당골의 준말이었다. 당골은 세습 무당으로, 한자로는 巫(무당무)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圣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圣에는 신과 교통하는 사람이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월은 당골에 해당하는 한자로 圣을 쓰고 그 글자 밑에 한글로 당골의 '골'을 표기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간판에 드러냈던 것이다.

 

사진의 한자는 진송성이라고 읽어요. 음식점 간판이에요. 眞은 참진, 松은 소나무송, 圣은 성인성이에요. 圣은 聖의 약자지요. 그런데 밑의 한글을 보면 圣을 '성'으로 표기하지 않고 '골'로 표기하고 있어요. 이상해서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골'로 읽는 한자중에 圣이란 한자는 없더군요. 혹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한국 한자인가 싶어 자료를 찾아 봤더니 골로 읽는 한국 한자 중에 圣이란 글자는 없더군요. 그런데 왜 圣을 한글로 뚜렷하게 '골'이라고 적어놓은 것일까요?

 

한동안 생각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여기 골은 당골의 골이란 의미이고 이것에 해당하는 한자로 圣을 택한 것 같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왜 음식점의 간판을 이렇게 지은 것일까요? 궁금해서 전화를 해봤더니 바쁘다며 전화를 끊더군요. 해서 제 나름의 상상으로 썰을 풀어 봤어요. 언제 시간이 나면 직접 음식점을 방문해서 연유를 물어볼 생각이에요. 圣을 당골의 의미로 풀이한다면 위 음식점의 숨겨진 의미는 '진짜 무당집'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소나무에는 변치 않는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眞이나 松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죠).

 

오늘은 圣의 원글자인 聖을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하죠.

 

은 耳(귀이)와 呈(逞의 약자, 왕성할령)의 합자에요. 소리를 들으면 실정을 훤히 아는 뭇 사람 중에서 우뚝 솟은 존재란 의미예요. 聖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聖人(성인), 神聖(신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정리 문제를 아니내도 될 것 같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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