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위에서 시신을 굴려. 굴러가다 멈추는 곳이 가장 좋은 묘자리야."
풍수지리라는 말을 들을 때면 생각나는 말이예요. 어디서 누구에게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만은 선명하게 기억해요. 공감가는 말이기에 그런가 봐요. 죽은 이가 뭘 알겠어요. 겉으로는 죽은 이를 위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산 자를 위하여 이것저것 계산하는 얄팍한 행위가 바로 풍수지리지요. (풍수지리는 대개 양택보다 음택을 정할 때 많이 사용하죠.) 그러니 굳이 산 자를 위하지 않는다면 시신을 굴려 묘자리를 잡은들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저 말은 풍수지리를 통렬히 비판한 말처럼 들려요.
그러나 저 말이 풍수지리 자체를 비판한 것 같진 않아요. 다만 그것을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일침을 가한 것처럼 생각되요. 무지막지한 말 같지만 여러모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이지요. 공감이 갈 밖에요.
사진의 한자는 "내포 풍수 지리, 음택 · 양택, 수맥 · 택일"이라고 읽어요. 덕산을 지나다가 찍었어요. 내포는 바다나 호수가 육지로 쑥 들어온 곳을 말하는데 흔히 충청도 서북부를 지칭하는 말로 쓰여요. 평야지대에다 해산물이 많이 나와 살기에 좋은 지역이죠. 구체적으로는 가야산 앞 뒤의 열개 고을(홍주, 결성, 해미, 태안, 서산, 면천, 당진, 덕산, 예산, 신창)을 가리켜요. 음택은 죽은 이가 사는 곳(집), 즉 묘자리란 의미예요. 양택은 산 사람이 사는 곳(집), 즉 집터란 의미예요.
한자를 읽어 볼까요?
안내(內), 물가포(浦), 바람풍(風), 물수(水), 땅지(地), 이치리(理), 그늘음(陰), 집택(宅), 볕양(陽), 맥맥(脈), 가릴택(擇), 날일(日).
낯선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浦는 氵(물수)와 甫(씨보, 남자의 미칭)의 합자예요. 물가에 인접한 땅이란 뜻이에요. 이 곳은 대개 비옥하기에 남자의 미칭(美稱)인 甫를 사용하여 음을 나타냈어요(소리값 변함. 보-->포). 甫는 음과 더불어 뜻도 일부분 담당하고 있는 셈이죠. 浦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浦口(포구), 浦項(포항, 지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陰은 阝(언덕부)와 侌(어두울음)의 합자예요. 侌은 햇빛이 구름에 가려 어둡다란 뜻이예요. 어두워서 음침하게 된 장소[ 阝]란 의미예요. 陰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陰地(음지), 陰德(음덕, 남 모르게 하는 선행)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陽은 阝(언덕부)와 昜(밝을양)의 합자예요. 昜은 햇빛이 잘 비춘다란 뜻이예요. 높고 햇빛이 잘 비추는 장소 [ 阝]란 의미예요. 陽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陽地(양지), 太陽(태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宅은 宀(집면)과 乇(찢을탁)의 합자예요. 乇은 초목의 싹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것을 뜻해요. 평지보다 높게[乇] 마련한 거주지란 의미예요. 움집이 아닌 한 집은 평지 위에 올려 짓죠. 宅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住宅(주택), 宅地(택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擇은 扌(손수)와 睪(엿볼역)의 합자예요. 살펴보고[睪] 선택한다[ 扌]란 의미예요. 擇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選擇(선택), 擇日(택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脈은 月(肉의 변형, 고기육)과 派(물갈래파)의 약자가 합쳐진 거예요. 인체[月]내에서 여기저기로 갈라져 혈액을 유통시키는 관(管)이란 의미예요. 脈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脈搏(맥박), 診脈(진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浦물가포 陰그늘음 陽볕양 宅집택 擇가릴택 脈맥맥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診( ) 選( ) ( )口 住( ) ( )德 ( )地
3. 다음을 한자로 써 보시오.
풍수지리 택일 수맥 양택 음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