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머리 귀신 얼굴 적막 옥방의 잠자리에 생각나는 것은 님 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술자리에서 젓가락 두드리며 유행가를 부르는 것도 괜찮지만 판소리를 배워 한 대목 부르면 꽤 멋지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기회가 되서 춘향가 '쑥대머리'를 배우게 됐는데, 확실히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있더군요. 그냥 젓가락 두드리고 유행가를 부르기로 결심했어요. 좋은 추억 하나 만들었다고 스스로 위안하며.

 

판소리 하면 떠오르는 분이 동리 신재효 선생이죠. 그 자신이 중인 출신으로 예인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던데다 음악과 문학에 남다른 조예가 있어 판소리를 가치를 알고 이를 정리하고 체계화했죠. 그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데는 그가 가진 경제적인 부가 큰 역할을 했어요. 천석군이라 불릴 정도로 큰 부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지장받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이죠. 만년에 있었던 제자 진채선과의 애틋한 연담은 문학과 음악을 사랑했던 그다운 아름다운 이야기예요.

 

사진의 내용은 "동리국악당"이라고 읽어요. 고창읍성내에 있어요. 동리 신재효 선생이 고창에서 사셨기 때문에 이곳에 마련한 것 같아요. 동리 국악당 글씨는 석전 황욱 선생이 썼어요. 악필 -- 붓대를 주먹 쥐듯이 잡고 글씨를 쓰는 법 -- 로 유명하신 분이죠. 글씨가 힘이 넘치요. 낙관을 보니 90이 넘어서 쓰신 것 같은데, 나이를 초월한 느낌이에요. 동리는 신재효 선생의 호인데, 오동나무 마을이란 의미에요. 혹자는 오동나무 마을이란 의미가 새날을 기다리는 의미가 있다고 풀기도 하는데 -- 오동나무는 봉황이 깃드는 나무이고 봉황은 성인이 출현하는 새로운 세상이 올 때 나타나는 새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 그렇게 풀기 보다는 원의 그대로 소박하게 푸는게 어떨까 싶어요. 그게 더 음악과 문학을 사랑했던 신재효 선생에게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오동나무 마을이라고 하면 왠지 푸근하고 정겨운 느낌이 들거든요.

 

한자를 읽어 볼까요?

 

오동나무동(桐),  마을리(里),  나라국(國),  음악악(樂),  집당(堂).

 

낯선 한자를 자세히 알아 볼까요?

 

오동나무동(桐)은 나무목(木)과 통할통(同, 洞의 약자. 洞을 보통 고을동으로 사용)의 합자에요. 키가 크고 줄기의 내부가 비어있는 나무라는 뜻이에요. 桐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碧梧桐(벽오동), 梧桐島(오동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음악악(樂)은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양 쪽의 幺는 작은 북을 그린 것이고 가운데의 白은 큰 북을 그린 것이며 아래의 木은 북을 거는 틀을 그린 것이다. 둘. 양 쪽의 幺는 악기의 줄을 그린 것이고 가운데의 白은 줄을 고르고 누르는 손을 그린 것이며 木은 악기의 틀을 그린 것이다. 둘 다 일리가 있어요. 악기 혹은 악기를 연주한다는 의미예요. 樂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音樂(음악), 絃樂(현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음악악(樂)은 즐거울락(樂) 혹은 좋아할요(樂)로도 읽어요. 둘 다 본뜻에서 연역된 것인데, 구별짓기 위해 음을 달리 사용했어요. 즐거울락의 경우 오락(娛樂), 좋아할요의 경우 요산요수(樂山樂水)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집당(堂)은 숭상할상(尙)과 흙토(土)의 합자예요. 토대를 높이 쌓아 올리고 정남향을 향하여 지은 집안의 가장 핵심적인 건물이란 의미예요. 堂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北堂(북당, 어버이가 기거하는 장소), 明堂(명당)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오동나무동,  음악악,  집당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絃(   ),  碧梧(   ),  北(   )

 

3. 다음을 읽어 보시오.

 

    桐里國樂堂石田黃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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