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동네 이름은 한내울이에요. 한내는 한자로 大川(대천)의 의미이고 울은 한자로 里(리)의 의미에요. 큰 물이 흐르는(있는) 동네란 의미지요.
처음 이곳에 이사왔을 때 자연 지형과 마을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큰 물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었거든요. 바닷가로 나가려면 30분 이상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마을 이름을 지은 것 같다고 보기도 어려웠구요.
그런데 이사한 지 두어 달 지나 마을 입구에 대규모 저수지가 조성됐어요. 한내울이란 지명과 어울리는 자연 지형이 생긴 것이지요. 참 신기했어요. 누군가 이런 일이 있을줄 알고 미리 마을 이름을 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사람들이 풍수에 혹하는 것이 다 이유가 있구나 싶더군요. ^ ^
사진의 한자는 삼송리(三松里) 이구(二區) · 송치(松峙) · 상류곡(上柳谷)이라고 읽어요. 서산시 해미면에 있는 마을 이름이에요. 해미읍성에서 개심사로 가다보면 만나는 마을이에요.
삼송리는 삼봉리(三峰里)와 송치리(松峙里)가 통합되면서 만들어진 이름이에요. 삼봉리는 상왕산의 세 봉우리가 보인다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송치리는 마을 언덕에 소나무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상류곡은 동네 골짜기에 버드나무가 우거져서 붙여진 이름이구요. 상(上)은 윗동네란 의미로 붙인 거에요. 모두 자연 지형(물)을 이용하여 마을 이름을 삼은 것이지요. 대개 마을 이름은 자연 지형(물)을 이용하여 많이 짓지요. 님의 고향 마을 이름도 그렇지 않나요? ^ ^
그런데 마을 이름은 한자보다 한글이 더 정감있고 의미 전달도 잘되는 것 같아요. 송치보다는 솔티가, 상류곡보다는 버드실이 확실히 더 정감있고 의미 전달이 잘되는 것 같지 않나요? 저희 동네도 대천리라고 부르기 보다 한내울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감있고 의미 전달도 잘되요. ^ ^
사진의 한자를 한 번 읽어 보실까요? 석삼(三) 소나무송(松) 마을리(里) 두이(二) 지경구(區) 소나무송(松) 우뚝솟을치(峙) 윗상(上) 버들류(柳) 골(짜기)곡(谷). 區, 峙, 柳가 그간 다루지 않은 한자군요.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할까요?
區는 品(물건품)과 匸(감출혜)의 합자에요. 많은 물건을 은닉시켜 놓은 곳이란 의미에요. 지경이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거에요. 많은 이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은닉시켜 놓다 --> 구별되다) 장소란 의미로요. 區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市郡區(시군구), 區域(구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峙는 山(뫼산)과 寺(관청사)의 합자에요. 산이 우뚝 솟아있다란 의미에요. 寺는 음을 담당하면서(사-->치)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寺는 본래 관청을 의미해요. 관청은 보통의 건물보다 웅장하여 두드러져 보이기에, 이 의미로 산이 우뚝 솟아있다란 의미를 보충해주고 있어요. 峙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對峙(대치), 鼎峙(정치, 세 세력이 대립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柳는 木(나무목)과 卯(酉의 옛글자, 술(닭)유)의 합자에요. 木으로 버드나무란 의미를 표현했고, 卯로는 음을 나타냈어요. 柳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柳絲(유사, 버드나무 가지), 蒲柳(포류, 갯버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지경구, 우뚝솟을치, 버들류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對( ), ( )絲, ( )域
3. 본인이 태어난 동네 이름의 유래에 대해 말해 보시오.
최근에 주소지가 지역명에서 도로명으로 바뀌었는데, 영 정감이 안가요. 가장 큰 이유는 문화가 사라졌다는 점인데, 그래서 그런지 다음 글에 깊이 공감이 가더군요.
올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위로공단’을 보다가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지난 70년대 한국 경제개발을 이끈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돌아보는 다큐다. 감독의 어머니가 당시 구로공단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시다(보조노동자)’였다. 카메라가 40년 전 회사들이 있던 구로구 일대를 훑는데, 도로표지판이 ‘디지털로’ ‘남부순환로’다. 70년대 한국 사회와 한국 여성의 상징이었던 구로동·가리봉동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안 그래도 내 삶엔 골목이 사라졌다. 골목길에 접어들면 무엇이 있을까 막연히 설레던 청춘도 사라졌다. 그리고 동네 이름이 바뀌었다. 아예 동네가 사라졌다. 주소지 변경 이유가 아직도 잘 납득되지 않는 나는 매번 인터넷 검색으로 내가 사는 곳을 확인한다. 참을성도 없는 편이라 그때마다 짜증이 치민다. 아마도 쉽게 새 주소를 외우지 못할 것 같다.( 양성희, '내 마음의 골목', 인용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19304248)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