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쌓인 나무들을 대할 때면 늘 법정 스님의 '무소유' 책에서 읽었던 한 대목이 생각
나요.
"산에서 살아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겨울철이면 나무들이 많이 꺾이고 만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덕 않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
나무들이 눈이 내려 덮이면 꺾이게 된다. 가지 끝에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그 하얀
눈에 꺾이고 마는 것이다 … 사아밧티이의 온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던 살인귀(殺
人鬼) 앙굴리마알라를 귀의(歸依)시킨 것은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신통력(神通力)이
아니었다. 위엄도 권위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로지 자비(慈悲)였다. 아무리 흉악무
도한 살인귀라 할지라도 차별 없는 훈훈한 사랑 앞에서는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 법정, '雪害木', "無所有" -
자연에서 삶의 교훈을 찾았던 스님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에요. 설해목
(雪害木, 눈의 피해를 입은 나무)을 통해 자비(사랑)의 가치를 찾는 역발상은 참으
로 놀라워요.
오늘은 雪害木의 害를 좀 알아 보도록 하죠. 雪과 木은 전에 다뤘어요. ^ ^
害는 宀(집면)과 口(입구)와 丰(우거질봉)의 합자에요. 풀이 우거져 곡식을 해치듯
말[口]을 함부로 하여 집안을 해친다(망친다)는 의미에요. '해칠해'라고 읽어요. 害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被害(피해), 害蟲(해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정리 문제를 아니내도 되겠지요? 대신 雪害木의 마지막 대목을 읽어 보도록
하시죠.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釘)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인 것을."
내일 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