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빨리 끝내! 사람들 온다."
"안 돼. 차라리 사람들 가고 난 다음에 천천히 할래."
사람들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불멸(不滅)에 대한 염원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지 않다면 굳이 기록을 남길 이유가 없을 것 같아요. 오늘 아침 산행 중에 우연히 돌에
새긴 조잡한 낙서(?)를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사진의 글씨는 이상헌(李相憲) 천
성사(天聖寺)라고 읽어요. 이상헌은 사람 이름이고 천성사는 절 이름이겠죠? 길 옆의 큼직
한 바위 한 귀퉁이에 조잡스럽게 새겨놓았더군요. 아마도 떳떳이(?) 새길 지위나 권세가 없
어 남들의 눈치를 보아가며 새기지 않았을가 싶어요. 첫 머리에 쓴 대화는 새길 당시의 상황
을 상상으로 그려본 거에요. ^ ^
일반 평범한 사람들도 이렇게 금석에 낙서를 남겨 후세에 전하고자 하는데 지위나 권세가
있는 이들은 어떨까요? 두 말할 필요가 없겠죠? 냉전 시대 한반도 남북을 통치했던 두 지도
자는 곳곳에 자신들의 낙서를 남겨 놓았죠. 언젠가 남북이 통일되는 날 그 낙서들은 추한 유
물로 남아 후대인의 손가락질을 받지 않을까 싶어요. 마치 제가 산행에서 발견했던 저 조잡
한 낙서처럼요. 진정한 불멸은 금석의 낙서를 통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남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口碑(구비)].
한자를 하나씩 읽어 볼까요? 李는 오얏리, 相은 서로상, 憲은 법헌, 天은 하늘천, 聖은 성인
(성스러울)성, 寺는 절사에요. 李와 相만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하죠. 다른 것은 전에 다뤄
서… ^ ^
李는 木(나무목)과 子(아들자)의 합자에요. 子는 열매라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여기서는
그 뜻으로 사용됐어요. 나무 중에서는 비교적 열매가 많이 열리는 나무라는 뜻이에요. 오얏
은 자두의 옛 명칭이에요. 李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桃李(도리, 복숭아와 오얏나
무),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 오해받을 일을 하
지 말라는 의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相은 木(나무목)과 目(눈목)의 합자에요. 나무가 재목으로서의 쓰임이 있나 살펴본다[目]
란 의미에요. '서로'라는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거에요. 여럿이 함께 나무의 재목감을 살펴
본다란 의미로요. 相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觀相(관상), 相互(상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오얏리, 서로상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 )互, 桃( )
3. 낙서에 관한 추억이 있으면 하나 소개해 보시오.
인터넷으로 天聖寺를 검색해 봤어요. 그랬더니 위 낙서와 관련있을 법한 곳은 나오지
않더군요. 아마도 작은 암자 이름이지 않을까 싶어요. 李相憲이란 분은 이 암자와 관
계있을 법한 사람같구요. 자신의 불멸을 위해 무고한 바위에 상처를 남긴만큼, 혹 살아
있다면, 남은 세월 반성하며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 ^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