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화장실 가고 싶어."

"거기 요강 있잖아."

"큰 거라구!"

"…"

 

한 때 시골 빈 집을 얻어 산 적이 있는데 어려운 점 중의 하나가 밤에 화장실 가는

거였어요. 실내 화장실이 없다보니 작은 볼 일은 방 안에서 요강으로 해결할 수 있

 지만 큰 볼 일은 꼭 바깥 화장실에서 해결해야 했거든요. 저는 혼자서도 그럭저럭  

해결할 수 있었는데 아내는 꼭 제가 함께 가야 했지요. 자다가 함께 가자고 깨우면

, 이해는 하면서도, 짜증을 부렸던 기억이 납니다. ^ ^                                   

 

사진의 한자는 화장실(化粧室)이라고 읽어요(잘 아시죠? ^ ^) 化는 화할화, 粧은

단장할장, 室은 집(방)실 이에요. '단장(화장)을 변화시키는(고치는) 집(방)'이란

의미지요. 볼 일을 보는 곳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름이죠? 인터넷을 찾아

  보니, 이유가 있더군요. 화장실에 해당하는 영어는 파우더 클라짓(powder closet)

이에요. 말 그대로 '화장하는 방'이지요. 그런데 왜 이 화장하는 방이 볼 일을 보 

는 공간이란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18-19세기 경 영국에서는 가발에 가

 루를 뿌리는 것이 유행이었어요. 이 때 상류층 가정의 침실에는 가발에 가루를 뿌

리기 위한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었는데 이곳을 파우더 클라짓(powder closet)이

라고 명명했어요. 그런데 가루를 뿌리고 난 뒤에는 손을 씻어야 했으므로 이곳에

물을 비치하게 됐지요. 오늘 날 화장실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된 것이지요. 이후 파

우더 클라짓(powder closet)은 볼 일을 보는 장소란 의미로 사용하다, 물 사용에

 더 중점을 두어 워터 클라짓(water closet)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지요. 한 때 화장

실을 WC로 표기했던 것을 기억하는 분이 꽤 있으실 것 같아요.                      

 

 요즘은 화장실을 WC로 표기하지 않고 Toilet로 표기하죠. Toilet은 프랑스어 Toile

에서 유래했어요. 프랑스어 Toile는 망토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18세기까지 유럽

 에는 공중 화장실이 없었어요. 대신 이동 화장실이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Toile였 

   어요. 정확히는 '망토를 두르고 양동이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었지요. 이들을 부  

   르면 이들이 망토를 둘러주고 부른 사람이 양동이에 볼 일을 보았지요. 볼 일을 보  

고 난 다음에는 요금을 지불해야 했구요.                                                   

 

중국에서는 볼 일 보는 곳을 洗手間(세수간, 손 씻는 곳)이라고 부르지요. 파우더

  클라짓(powder closet)을 우리는 화장을 염두에 두고 화장실이라고 번역하여 부르

 는데 반해, 중국은 손 씻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세수간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싶

어요. 볼 일 보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세수간이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네요. 

 

  지금의 화장실이 예전의 화장실에 비해 위생적이긴 하지만 환경 측면에서는 문제 

  가 많다고 하죠. 예전의 화장실에서 나오는 분뇨는 거름으로 재활용되었지만 지금

      은 단순 쓰레기로 취급되어 폐기되고 있잖아요? 위생을 빌미로 환경을 오염시키며    

돈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그렇다고 과거로 되돌아 갈 

 수는 없고… 화장실 문제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는 두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똑바로 선 사람과 거꾸로 선 사람을 그린 것이

다. 서로 뒤바뀐 모습을 그려 '변화하다'란 의미를 표현했다. 둘. 人과 匕(化의 

 축약형, 화할화)의 합자로, 가르침을 받아 기질이 변했다란 의미이다. 化가 들어

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變化(변화), 化學(화학)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米(쌀미)와 庄(농막장)의 합자에요. 쌀가루로 얼굴에 화장을 한다는 의미

에요. 庄은 음만 담당해요. 粧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丹粧(단장), 治粧

(치장, 매만져 곱게 꾸미거나 모양을 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宀(집면)과 至(이를지)의 합자에요. 至에는 '(이르러) 머무르다'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 말 그대로 '머물러 사는 집'이란 의미에요. 室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室內(실내), 居室(거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화할(될)화, 단장할장, 집(방)실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治(   ), (   )學, 居(   )

 

3. 화장실에 관한 추억을 한가지 말해 보시오.

 

 

요즘 아내한테 서서 작은 볼 일을 본다고 이따금 혼나요. ㅠ ㅠ 예전에 화장실

   따라가기 싫어서 푸념했던 것을 앙갚음하는 것 같아요. ㅠ ㅠ 그나저나 안혼날  

라면 앉아서 작은 볼 일을 봐야 할텐데… 습관이 안돼 쉽지가 않네요.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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