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좀 있어 보이지 않나요? 색깔도 그렇고 글씨도 그렇고. 가격이 얼마나  되냐구요? 이런, '진품 명품'을 너무 많이 보셨군요. ^ ^  골동품같은 것만 보면 가격으로 환산하시려고 하니… (윽, 죄송! 농담입니다.)  낙관에 신유 중동(辛酉 仲冬)이라고 되어 있으니 고작 34년된 작품이고 작가가 청암(靑岩) 오운표(吳韻杓)라고 되어 있는데 지명도가 없는 분이라, 골동품으로서의 가치는 전무해요. 허탈하시겠어요. ^ ^

 

 액자의 글씨를 한 번 읽어 볼까요? 지란불이무인이불방(芝蘭不以無人而不芳) 군자불이곤궁이개절(君子不以困窮而改節). 뜻은 '영지와 난초는 사람이 없다 하여 향기를 아니내지 않고, 군자는 곤궁하다 하여 절개를 고치지 아니한다'에요. <공자가어>에 나오는 말인데 원문을 약간 줄여서 표현했어요(원문은 '芝蘭生於深林 不以無人而不芳 君子修道入德 不以困窮而改節'이에요).

 

 독서는 왜 할까요? 이 액자의 내용을 빌어 말한다면 군자가 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어요. 독서의 목표를 군자되기 위함에 놓는다면 어떤 책을 읽어도 -- 좋은 책이든 나쁜 책이든 -- 다 도움이 될거에요. 목표가 확실하여 취사선택이 분명할테니까요. 아울러 굳이 많은 책을 읽으려 하기 보다는 깊이 있는 이해에 더 치중할 것 같아요. 군자가 되기 위해선 심득(心得)과 실천이 중요할테니까요. 독서가 인격과 분리된다면 굳이 읽을 필요가 뭐 있겠으며 나아가 많이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너무 고리타분한 생각일까요?

 

 한자를 하나씩 읽어 보도록 하죠. 영지지, 난초란, 아니불, 써이, 없을무, 사람인, 말이을이, 아니불, 향내날방, 임금군, 아들자, 아니불, 써이, 곤할곤, 궁할궁, 말이을이, 고칠개, 마디절.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전에 다루지 않은 芝, 蘭, 困, 窮, 改만 알아 보도록 하죠. ^ ^ 

                               

 

                                                                                                                                            는 艹(풀초)와 之(갈지)의 합자에요.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수명이 연장되는 신비한 풀이란 뜻이에요. 영지(靈芝)가 몸에 좋다는 건 잘 아시죠? ^ ^ 之는 음만 담당해요. 芝가 들어가는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靈芝(영지), 芝蘭之交(지란지교, 친구 사이의 청아하고 고상한 교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艹(풀초)와 闌(가로막을란)의 합자에요. 향내라는 풀이란 의미에요. 난초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에요. 향내나는 풀중 대표적인 식물로 난초를 든 것이지요. 闌은 음만 담당해요. 蘭이 들어가는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蘭香(난향), 蘭客(난객, 좋은 벗)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나무[木]가 자유롭게 성장하지 못하고 제재[口]를 받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거에요. 여기서 '곤하다(힘들다)'란 의미가 나온 것이지요. 困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困難(곤란), 困惑(곤혹)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穴(구멍혈)과 躬(몸궁)의 합자에요. 몸 하나가 들어갈만한 협착한 구멍처럼 집에서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나무, 즉 마룻대를 의미해요. 마룻대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가장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여기서 '다하다'란 의미가 나왔어요. 窮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窮極(궁극), 窮乏(궁핍)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자식[己, 子의 변형]을 꿇어 앉혀 놓고 손에 매를 들고[攵] 때리는 모습을 나타낸 거에요. 그렇게 하여 잘못을 고친다(고치게 한다)란 의미지요. 改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改過遷善(개과천선), 改惡(개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영지지, 난초란, 곤할곤, 다할궁, 고칠개

 

2. (  )안에 들어간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極, 靈(  ), (  )惑, (  )惡, (  )香

 

3. 반복해서 보는 책이 있으면 3권 정도 소개해 보시오.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자 그 자신 스스로 인쇄업을 할 정도로 많은 책을 접했던 인물인데 정작 그가 주장하는 독서법은 다독이 아니고 정독이에요. 그가 말한 한 대목을 읽어 볼까요?

 

"독서는 마땅히 마음을 하나로 모아 몰입해야 한다. 이 한 구절을 읽을 때는 먼저 이 한 구절을 이해하고, 이 한 장을 읽을 때는 먼저 이 한 장을 이해해야 한다. 마땅히 이 한 장을 철저하게 꿰뚫어 볼 수 있어야, 비로소 다른 장을 볼 수 있다. 다른 장 다른 구절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정독이라기 보다는 몰입을 강조한 것이지만 분명한 것은 대충대충 많이 읽으라는 말은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지요. 이런 점에선 정독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출판물이 넘쳐나 책의 홍수 속에 사는 이즈음 책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면 주희의 말을 되새겨보며 다음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왜 책을 읽는가?"

 

내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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