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이 해도 달력 한 장을 남겨 놓고 있군요. 연초에 계획하셨던 일들은 잘 마무리 하고 계신지요? 못하고 계시다구요? 저런, 제가 도와 드릴 수는 없고 … 다만 잘 마무리하시라고 축원은 해드릴게요. 만사형통하소서! ^ ^
사진은 어느 칼국수 집에 갔다가 찍은 거에요. 숟가락통 뚜껑에 씌여있는 글씨에요. 亨은 형통할형, 通은 통할통, 형통이라고 읽어요. 말 그대로 '잘 통한다'란 의미지요. 음식점에서 '형통'은 무엇일까요? 손님이 많이 오는 거겠죠. 통 뚜껑이 온통 상처 투성이인 걸 보면 이 음식점은 '형통'한 것 같아요. ^ ^ 손님이 많아 자주 사용하다보니 생긴 상처일테니까요. 영광의 상처랄까요?
우리는 보통 '형통'이라고 하면 아무런 장애없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을 떠올리는데, 그건 이상(理想)으로나 가능하지 현실로는 불가능한 거에요. 타인(물)과 교통(交通)하는데 어찌 순조롭게 일이 풀리겠어요. 타인(물)과의 교통에 장애가 따르는 것은 당연한 거에요. 왜냐구요? 본인도 본인 자신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데 하물며 타인(물)을 어떻게 알아 잘 통할 수 있겠냔 말이지요. 타인과의 교통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거에요. 이런 점에서 '형통'이란 상처위에 피는 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상처를 입으면서도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한 산물이 '형통'이니까요. 사진의 숟가락통이 그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잖아요? ^ ^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亨은 高(높을고)의 줄임 형태와 豆(제기두)의 줄임 형태가 결합된 글자에요. 제기에 음식을 가득 담아[高] 신에게 드린다는 의미에요. 형통하다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거에요. 신에게 풍성한 음식을 드린 일로 신의 축복을 받아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로요. 亨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亨途(형도, 평탄한 길), 吉亨(길형, 길하여 사물이 잘 형통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일반적인 쉬운 예는 찾기가 힘들어요.
通은 辶(걸을착)과 甬(湧의 약자, 샘솟을용)의 합자에요. 막힘없이 솟아나오는 샘처럼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다닌다[辶]는 뜻이에요. 通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疏通(소통), 通路(통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형통할형, 통할통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疏( ), 吉( )
3.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가장 신경 써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말해 보시오.
거듭, 남은 한 해 계획하셨던 일들이 잘 매듭지어 지기를 기원드려요. 상처에 좌절하지 마시구요. ^ ^ 내일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