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운사(禪雲寺)에 가보셨나요? 동백꽃으로 유명한 곳이죠. 미당 서정주 시인
의 시와 최영미 시인의 시로 더 유명해졌죠. 그런데 선운사의 단풍 경치도 동
백꽃 경치만 못지 않은 것 같아요. 비오는 토요일 동료들과 선운사를 찾았는
데 선홍빛 단풍과 진노란 은행잎이 물빛과 어울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더
군요. 서정주 시인과 최영미 시인이 가을에 왔으면 더 멋진 시를 짓지 않았을
까 싶더군요.

선운사, 우리 말 발음으로도 멋진 이름이지만 한자 뜻으로도 멋진 이름이에
요. 선(禪)은 선선, 운(雲)운 구름운, 사(寺)는 절사, 선운사(禪雲寺)는 '구름
속에서 참선하는 절'이란 뜻이에요. 몽환적인 가을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절
이름이에요. 선운사의 가을 분위기에 취하면 절로 구름 속에서 참선하는 것
과 똑같은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 싶더군요. ^ ^
첫 머리 사진의 현판은 도솔산선운사(兜率山禪雲寺)라고 읽고 그 밑의 것은
선운사(禪雲寺)라고 읽어요. 첫머리 것은 일중 김충현 선생이 쓰신 거고, 그
밑의 것은 거암 김봉관 선생이 쓰신 거에요. 두 분 다 현대 서예가에요. 그
나름의 일가견을 이루신 분들이죠. 일중 선생의 글씨는 전아(典雅)한 느낌
이 강하고, 거암 선생의 글씨는 웅건(雄健)한 느낌이 강하죠. 당대의 내노라
하는 서예가들의 글씨를 갖고 있는 것도 선운사의 또 다른 자랑거리가 아닌
가 싶어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보실까요?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兜, 率, 禪만 살펴
보도록 하죠.
兜는 兒(아이아)와 卯(䥐의 고자, 투구무)의 합자에요. 兒는 어린아이의 머
리를 특별히 강조하여 표현한 글자인데, 여기서는 그 머리에 강조를 두고 있
어요. 이 글자는 머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쓰는 투구라는 뜻이에요. '투구두'
라고 읽어요. 兜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쉽게 찾을 수 있는 예가 없
네요. 兜籠(두롱, 가마), 兜䥐(두무, 투구) 정도를 들 수 있겠는데, 이도 많이
쓰이는 예는 아니군요.
率은 본래 새잡는 그물을 그린 거에요. 위 아래의 十은 손잡이를, 가운데의
幺는 그물을, 양쪽의 冫은 그물의 무늬를 표현한 것이에요. 지금은 이 뜻으로
는 사용하지 않고, '거느리다' '비율' 등의 의미로 사용하죠(거느릴솔, 비율률).
率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統率(통솔), 比率(비율) 등을 들 수 있겠
네요.
兜率은 위 현판에서 '두솔'로 읽지 않고 '도솔'로 읽어요. 도솔로 읽는 兜率은
산스크리트어 tusita의 음역이에요. 의역하여 지족천(知足天)이라고도 하지요.
불교의 우주관에 따르면 세계의 중심은 수미산이며, 그 꼭대기에서 12만 유순
위에 도솔천이 있다고 해요. 이곳은 석가모니가 보살일 당시에 머무르면서 지
상에 내려갈 때를 기다렸던 곳이자 미래불인 미륵보살이 설법하면서 지상으로
내려갈 시기를 기다리는 곳이라고 해요. 선운사에는 도솔암이 있고 이곳에는
마애미륵불이 있는데, 도솔천을 지상에 구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禪은 示(神의 약자, 귀신신)과 單(다단, 보통은 '홑단'으로 많이 사용하죠)
의 합자에요. 천지신명에게 드리는 성대한 제사란 의미에요.'봉선선'이라고 읽
어요. 禪이 들어간 예 는 무엇이 있을까요? 禪位(선위), 禪讓(선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선위와 선양은 천지신명께 제사를 올리고 제위를 후계자에게 물려
준다는 의미에요.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의미하는 말이지요.
禪이 참선의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은 산스크리어 dhyana를 禪那로 음역하면
서부터에요. 산스크리어 dhyana는 앉아서 자세를 바르게 하고 잡념을 떨쳐내
어 마음을 집중하는 수행법을 의미하거든요. 그러나 음역을 하면서도 禪이 가지
고 있는 뜻도 일부분 취한 것으로 보여요. 천지신명에게 제를 올릴 때는 참선할
때와 같은 자세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투구두, 거느릴솔, 봉선선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讓, 統( ), ( )籠
3. '나는 누구인가'를 화두로 10분간 명상하시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