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을 들으니, 서울시에서 불법 현수막을 제거하면 장당 2,000원을 준다고 하더군요. 공무원만으로는 불법 현수막 제거가 어려워 마련한 대책이라는데, 그렇게 할 정도로 불법 현수막이 많다니, 놀라워요.
불법이든 합법이든 현수막이 많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현수막은 달리 말하면 구호인데, 구호많은 사회치고 좋은 사회 못봤거든요. 특히 관제 구호가 많은 사회일수록.
오가는 길에 '나, 대단한 봉사를 합니다'라고 홍보하는 거석(巨石)이 있길래 한 장 찍었어요. 이름하여 초아(超我)의 봉사(奉仕).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봉사'인데, 한 마디로 '나, 대단한 봉사를 합니다'이지요. 봉사란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 자신(들)의 봉사활동을 요란하게 홍보하다니… 좀 눈쌀이 찌푸려지더군요.
거석 하단에 이 봉사 단체의 이름과 행동 지침(?)이 적혀있는데, 왠지 신뢰가 안가더군요. 제가 너무 결벽증을 보이는 걸까요?
한자를 하나씩 읽어 보실까요? 超는 뛰어넘을초, 我는 나아, 奉은 받들봉, 仕는 섬길사에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하죠.
超는 走(달릴주)와 召(부를소)의 합자에요. 뛰어넘어 달려간다란 의미에요. 召는 음을 담당하는데(음이 약간 변했죠. 소-->초) 뜻도 일부분 갖고 있어요. 부르면 바로 응하죠. 그같이 지체하지 않고 바로 행동에 옮긴다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하고 있지요. 뛰어넘어 달려간다란 것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행동에 옳기는거 아니겠어요? 超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超越(초월), 超過(초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我는 두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본래 톱을 그린것이다. 톱은 자신 쪽을 향하여 당길 때 제 기능 -- 물체를 써는 -- 을 발휘하기에 '나'란 의미를 갖게 됐다. 둘. 手(손수)와 戈(창과)의 합자로 무기를 소지하고 자신을 지킨다란 의미에서 '나'란 의미를 갖게 됐다. 둘 다 일리가 있죠? 我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彼我(피아), 我軍(아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奉은 두 손으로 구슬(혹은 물건)을 받들고 있는 모양을 그린 거에요. 奉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奉獻(봉헌), 奉養(봉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仕는 人(사람인)과 士(선비사)의 합자에요. 예비 관리인 사가 벼슬에 나아가기 위해 공부한다란 의미에요. 여기서 '벼슬하다' '섬기다' 등의 의미가 나왔지요. '섬기다'는 벼슬하여 군주를 섬긴다란 의미에요. 仕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仕宦(사환, 벼슬), 출사(出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뛰어넘을초, 나아, 받들봉, 섬길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허벅지에 써 보시오: ( )養, ( )宦, 彼( ), ( )過
3. 가장 기뻤던 봉사의 순간을 말해 보시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봉사활동 점수라는 걸 주고 있죠. 이거, 참 웃긴(!) 제도에요. 모든 걸 계량화해야 안심이 되는 관료의 특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제도같아요. 도대체 이런 발상을 한 관료가 누구인지 궁금해요. 사람의 선심(善心)도 계량화하고 그것을 교육이라고 여기고 있다니… 참, …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뵙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