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와 술 한잔 하시죠?"
"오잉, 소주 한 두잔 밖에 못한다는 이가 왠 술?"
"하하, 그래도 이따금 술이 생각날 때가 있죠. ^ ^ 오늘은 제가 매실주 한 잔을 대접해 드릴까 합니다. 어떠신지요?"
"겨우, 한 잔?"
"아, 서운하신가요? 그러면 한 병을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만족하신가요?"
"흠, 그 정도는 되야 … ^ ^"
"자, 그러면 한 잔 따라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시중에서 파는 과실주 병마개에요. 눈설(雪) 가운데중(中) 매화매(梅),설중매(雪中梅)라고 읽지요. '눈속에 핀 매화'라는 뜻이지요. 매실을 주원료로 한 과실주에요. 병 속에 매실이 몇 개 들어 있더군요. 운치있는 술 이름에요. ^ ^
눈 속에 핀 매화, 예로부터 선비의 지조(절개)를 상징하는 대상으로 상찬(賞讚)을 받아 왔지요. 자연에서 삶의 교훈을 배웠던 선인들은 눈 속에 핀 매화에게서 그런 교훈 -- 지조(절개) -- 을 배운 것이지요.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눈 속에 핀 매화는 철부지에요. 철을 모르는 것이지요. 철을 모르면 고난을 자초하지요. 눈 속에 꽃을 피우다니,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요? 시류를 거스르면 힘들지요. (아, 제가 부화뇌동하며 살자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저 일반적인 삶의 행태를 말한 것이지요.)
그러나 역시 고난을 자초하는 그 희생 정신은 고귀해요. 꽃이나 사람이나 모두. 온갖 꽃이 죽은 겨울에 홀로 꽃을 피워 뒤 이을 봄의 만개를 준비하는 매화나 자신의 희생으로 뒤 이을 만인의 행복을 준비하는 선각자는 정말 고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이지요.
자,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이런, 예전에 다 배운 한자군요. ^ ^ 그냥, 복습삼아 쓱~ 한 번 훑어 보시지요? ^ ^
雪은 雨(비우)와 彗(비혜)의 줄임 글자가 결합된 것이에요. 비가 구름 속에서 응고되어 내리는 것으로 빗자루로 쓸 수 있는 것이란 의미에요. '눈설'이라고 읽죠. 雪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雪害(설해), 積雪(적설)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中은 口와 丨을 합친 것인데, 口는 상하좌우의 사방을 의미하고 丨는 위에서 아래로 꿰뚫어 좌우를 균평하게 나누었다는 의미에요. 이 글자의 원래 의미는 '안[內]'이란 뜻인데 위도 아니고 아래도 아니며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그 '안'이란 뜻이지요. 그게 '가운데' 아니겠어요? 中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中國(중국), 中庸(중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梅는 木(나무목)과 每(매양매)의 합자에요. 木이 매화나무란 뜻을 나타내고 每는 음을 나타내요. 梅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梅花(매화), 梅實(매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는 아니내도 되겠지요?
작년에 심은 매화나무에서 올해 매실이 열려 매실주를 담갔어요. 색깔이 제법 매실주 틔를 내더군요. 다음에는 직접 담근 이 매실주를 한 잔, 아니 한 병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 ^
내일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