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아, 우리 바둑둘까?" △△이는 탁자 밑에 있던 바둑판과 바둑알을 꺼냈다. 푹신한 등받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우리는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말이 바둑일 뿐 실제는 알까기였다.

 

△△이의 아빠는 한참 작업중이셨다. 목에 줄자를 걸고 한 손에는 ㄱ자형 자 한손에는 둥글고 얇은 백묵을 들고 작업대 위에 펼쳐놓은 옷감에 연신 길이를 재며 백묵으로 표시를 하고 계셨다.

 

지난 주 서울에 갔다가 어느 양복점 간판 사진을 찍었는데,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나더군요. ^ ^

 

한자를 읽어 보실까요? 나(우리)아(我) 벌일라(羅) 깁사(紗), 아라사라고 읽어요. 예전에는 양복점을 'ㅇㅇ라사'라고 많이 불렀지요. 제가 자주 놀러갔던 친구 아버지의 양복점 이름도 '국제라사'였어요.

 

양복점을 라사라고 부른다는 것은 알지만, 라사의 의미는 정확히 몰라 인터넷을 찾아 봤더니 이렇게 나오더군요,

 

"포르투갈의 모직물 라샤(RAXA)에서 온 말로, 양털 또는 거기에 무명, 명주, 인조 견사 따위를 섞어서 짠 모직물을 말한다. 보온성이 풍부하여 겨울용 양복감, 코트감으로 쓰인다. 한국에서는 이 말이 모직물을 다루는 상점의 이름으로도 쓰인다. 오래된 양복점의 경우 XX라사, ㅇㅇ라사 이름을 많이 갖고 있다." (인용출처:https://namu.wiki/w/%EB%9D%BC%EC%82%AC)

 

그러면 이 양복점의 이름 我羅紗는 무슨 뜻일까요? 我가 나/우리의 의미이고 羅紗가 양복점의 의미이니 '우리 양복점' 정도의 뜻일 것 같애요. 그런데 보통 '러시아(Russia)'를 한역(漢譯)하여 '아라사'라고도 하지요(물론 이 경우는 한자 표기가 다르죠.俄羅斯라고 표기해요). 이렇게 보면 이 양복점의 이름 我羅紗는 위 두가지를 다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한 것 아닌가 싶어요. 그러면 이 양복점의 이름 我羅紗는 '우리 러시아 양복점'이란 정도의 의미가 될 것 같군요. ^ ^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는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본래 톱을 그린 것인데, 가차(假借)하여 1인칭 대명사로 사용하게 되었고 톱은 후일 鋸(톱거)로 표기하게 되었다. 둘. 手(손수)와 戈(창과)의 합자로 창을 들고 자신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1인칭 대명사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둘 다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 ^ 我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彼我(피아), 我軍(아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罒(그물망)과 維(맬유)의 합자에요. 실을 매어 만든 새잡는 그물이란 의미에요. 벌이다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거에요. 그물을 펼쳐놓았다란 의미로요. 羅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網羅(말라), 羅列(나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糸(실사)와 少(沙의 약자, 모래사)의 합자에요. 직조된[糸] 옷감의 구멍이 모래처럼 미세한 비단이란 의미에요. 紗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紗窓(사창, 규방의 창문을 지칭. 그 '사창'이 아닙니다. 그 '사창'은 私娼이라고 표기해요. ^ ^;;), 紗帽冠帶(사모관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자,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나아, 벌일라, 깁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列, (     )帽冠帶, 彼(     )

 

3. 다음을 한자로 써 보시오: 아라사

 

영화 '킹스맨'을 보면 영국에서는 여전히 수제(手製) 양복점이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는? 낡은 '아라사' 간판이 우리의 수제 양복점 현실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ㅠ ㅠ  장인 정신으로 만드는 좋은 수제 양복점들이 계속 명맥을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뵙겠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10-25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라사의 위치가 어떻게 되나요?!?!

찔레꽃 2015-10-25 14:56   좋아요 0 | URL
종로 4가 였던 것 같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