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양(靑陽)에서 부여(扶餘)로 가다 보면 은산(恩山)이라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이곳은 별신제(別神祭)로 유명한 곳이에요. 이곳의 별신당(別神堂)을 몇 번인가 찾아가 보고 싶었는데, 매번 기회를 놓쳤어요. 하여 지난 번 광한루원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작심하고(?) 들렸어요. 촌노 몇 분이 주변 나무 그늘에서 한담을 나누시다 뜨악아게 쳐다 보시더군요.(왠지 부끄) 은산 별신제의 유래 안내판을 읽고, 별신당에 올라가 보았어요. 아쉽게도 문이 잠겨 있어 내부는 볼 수 없었어요. 싱겁게 별신당 사진 두어 장만 찍고 발길을 돌렸네요. ㅠ ㅠ
안내판에 소개된 은산 별신제의 유래는 이래요.
옛날 은산 마을에 전염병이 발생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습니다. 어느날 마을의 한 노인이 낮잠을 자는데 꿈 속에서 흰 말을 탄 장군이 나타나 많은 부하와 함께 억울하게 죽어간 백골을 거두어 장사를 지내주면 병을 없애 주겠다 하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노인이 마을 사람들을 불러 꿈에 가르켜 준 곳을 파보니 과연 수많은 백골이 있는지라 이를 거두어 장사를 지내고 위령제를 지냈더니 전염병이 사라지고 마을은 다시 평화를 찾았다고 합니다. 이 뒤로 해마다 봄에 길일(吉日)을 택하여 당산에 모여 제사를 올리게 되었는데 이것이 은산 별신제의 시초입니다. 꿈에 나타난 장군은 백제 광복운동을 하던 복신(福信)장군 또는 도침(道琛, 일명 토진)대사라고 전하며, 현재 사당에는 산신(山神)과 복신 장군 토진(土進, 일명 도침)대사의 영정(影幀)이 모셔져 있으며 사당 뒤에 백제 광복군이 항쟁했던 곳으로 보이는 이중산성(二重山城)이 있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별신제 행사의 내용은 조라술 행사 집굿 행사 진대[陳木] 베기 꽃받기 본제(本祭) 상당(上堂)굿 하당(下堂)굿 독산제(獨山祭) 장승제가 있고 대, 소제(大, 小祭)를 격년제로 구분 시행하고 있으며 1966년 2월 15일에 중요 무형문화재 제 9호로 지정되었고 1989년에는 전수회관을 지어 귀중한 문화유산으로써 보존 계승하고 있습니다.
은산 별신제가 타 별신제와 구별되는 특징은 군대 의식이 가미되었다는 거에요. 아마도 초기에는 타 별신제와 비슷한 형태였을텐데, 후에 복신(도침) 위령제가 더해지면서 그런 의식이 보태진 것 같아요.
그러면 별신제란 어떤 제례일까요? 국어 사전을 보면 "마을 수호신에게 지내는 제사"라고 나와요. 별신당은 "마을 수호신인 별신을 모시고 굿을 하기 위해 마련된 당집"이라고 나오고요. 그런데 두 설명 모두 '별신'에 대한 어원적 설명은 하고 있지 않아요. 그저 마을 수호신이라고만 설명하고 있지요. 한자로 別神은 구별할(특별할)별, 귀신신으로 '특별한 신' 정도의 의미에요. 뭔가 좀 의미가 불충분하죠. 인터넷을 찾아보니, 김성수(울산학춤보존회 고문)란 분이 울산신문(2012.7.18)에 '별신'의 명칭 유래에 대해 언급한 것이 있더군요.
이분은 먼저 기존의 연구(김성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를 네가지로 정리 소개하고 있어요.
① 신을 특별히 모신다는 의미이다.
② '별'이란 평야나 들을 의미하는 '벌'이 변한 것으로, 들신인 벌신을 의미한다.
③ 뱃신, 선신(船神)을 의미한다.
④ 벨, 벌, 별의 어원은 '밝다'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별신은 광명의 신이란 의미이다.
이 소개뒤에 김성수씨는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고 있더군요. "별신은 용신의 다른 이름인 별신(鼈神, 자라별, 귀신신)이 와음(訛音)된 것이다."
무엇이 맞을까요? ①은 別神이란 한자의 의미를 푼 것인데, 앞서도 말했지만, 뭔가 좀 의미가 부족한 것 같아요. 단순히 특별하다고만 하고 있지 구체적인 의미가 들어있지 않거든요. ②는 별신제가 어촌에서도 행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편성을 갖지 못하는 설명 같아요. ③은 별신제가 평야 지대에서도 행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역시 보편성을 갖지 못하는 설명 같아요. 김성수씨의 의견 역시 어촌 지역만을 염두에 둔 설명이기에 보편성을 갖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보면 최종적으로 남는 것이 ④인데, 이것이 가장 보편적인 내용을 담는 설명같아요. 별신제가 마을 수호신에게 지내는 제사라면, 마을의 수호신이 하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어둠[질병, 고난 등]을 몰아내고 밝음[무병, 행복]을 가져오는 것 아닐까요? 이렇게 보면 별신이란 밝음을 가져오는 신이란 의미가 될거에요. 따라서 別神이란 한자 표기는 밝음을 가져오는 신, 즉 '밝신'을 단순 음차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제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보실까요? 別과 堂은 전에 다뤄서 神만 다루면 되겠네요.^ ^
神은 示와 神의 합자에요. 示는 본래 지신(地神, 땅을 주재하는 신)을 의미해요. 二는 땅의 의미를 小는 땅에서 나온 만물을 표현한 것이에요. 땅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주재하는 신이란 의미를 표현한 것이지요. 여기서는 그냥 신이란 의미로 사용됐어요. 申은 電(번개전)과 같은 의미에요. 申에는, 번개의 이미지에서 따온, 예측하기 어려운 막강한 존재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 종합하면, 만물을 주재하는 신묘불측(神妙不測, 신령스러워 헤아리기 어려움)한 존재라는 의미가 되겠네요. 흔히 '귀신신'이라고 읽는데, 엄밀하게는, 천신(하느님)이라는 의미에요. 神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神聖(신성), 神秘(신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정리 문제를 아니내겠습니다. 대신에 은산 별신제를 소개한 동영상을 보도록 하시죠. 좀 길어요~ ^ ^
내일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