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광한루원 현판 기행 마지막 입니다. 어디를 가보실까요? 남원의 젖줄인 요천강(蓼川江)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정자에 한 번 가보시죠. 자, 도착했습니다. 금수정(錦水亭)입니다. 오른쪽으로 요천강이 한 눈에 들어오죠?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그런데, 좀 이상한 것 같다구요? 광한루원은 고지대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전경(全景)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어찌된 것이냐구요? 어이쿠, 들켰구요. 맞습니다. 금수정은 광한루원 안에 있는 정자가 아니라 광한루원 밖에 있는 정자에요. 요천강을 건너 광한루원의 반대편에 있지요. 금암봉(金巖峯) 정상 부근에 있어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전 처음에 이곳이 광한루가 아닌가 생각했어요. 누각도 멋있지만 무엇보다 조망(眺望)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거든요. 광한루라면 당연히 저런 곳에 있겠거니 생각한 것이지요. ^ ^;;
금수정은 일제 강점기에 세원진 누각이라고 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금수정이 있는 금암봉 정상에 일제가 신사(神社)를 지어 놓고 참배를 강요하자 이현순(李炫純) 등이 신사 참배를 거부하고자 의도적으로 이곳에 금수정을 지었다고 나와 있더군요. 신사 참배를 하는 척 하면서 이곳에 눙치고 앉아 시문을 지으며 답답한 심사를 해소했다는 것이죠. 글쎄요? 전 좀 의아스럽더군요. 일제강점기 이만한 건물을 이만한 장소에 지으려면 관계 당국(일제)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했을텐데 과연 이 건물을 지은 분들이 그런 항일 의식을 갖고 있었을까요? 또 눙치고 앉아 시문을 지으며 신사 참배를 거부하면, 관계 당국(일제)이 좌시했을까요? 제가 보기엔, 별 신빙성없는 견해가 아닌가 싶어요. (순전히 제 억측일 뿐입니다.^ ^)
금수정에 올라보니 시문이 있더군요. 한 컷 찍었어요.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니고 건축과 관련된 것이라 좀 아쉽더군요. 아쉬운대로 같이 한 번 읽어 보실까요? ^ ^

이 정자 짓기 위해 땅 고르느라 몇 해를 보냈던가
요천강 흐르는 중심에 신묘한 터전 있으니
지리산 일맥(一脈)의 정기가 모인 곳
하늘이 오래 전부터 간직해온 굴지의 정지(汀地)라네
모임을 시작한 우리는 이미 머리가 허여세고
자리를 이은 후배들은 눈빛이 새로워라
단청한 누각 날듯한 모습으로 있으니
구경하는 행인들 넋놓고 바라보네.
이 시를 봐도 앞에서 제가 짐작했던 항일 의식 운운의 비신빙성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자,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錦 한 글자만 알아 보면 되겠네요. 다른 것은 전에 다뤘거든요. ^ ^
錦은 金(쇠금)과 帛(비단백)의 합자에요. 황금(黃金)처럼 대단히 값나가고 고귀한 비단이란 뜻이에요. 본래 이 직물은 한나라 시대 하남성 양읍에서 생산되던 직물을 가리키던 것이었어요. 후에 보편명사화 되었지요. 錦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錦繡江山(금수강산), 錦水(금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금수(錦水)는 우리가 위에서 살펴 본 정자의 이름이지요. 비단 물결이란 뜻이에요. 요천강의 별칭인 듯 싶어요.
오늘은 한 글자만 했지만, 그래도 정리 문제를 한 번 풀어 보실까요? ^ ^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비단금
2. 다음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繡江山, ( )水
3. 다음 시를 읽고 감상을 말해 보시오.
낡은 결혼 시계가
멈추어 선
토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백화점에 갔다가
헛헛한 빈 손으로
돌아오는 길
요천수 고수부지에 들었어라
수면에 뜨는 저녁
노을은 턱없이 곱고
괜스레 가슴 먹먹할 때
토끼풀꽃 둘러 핀 풀밭에
나는 눕고 차라리
아내는 앉았어라
빈 손 허전하여
토끼풀꽃 엮어 만든 꽃시계
손목에 묶어주면
내 낡은 결혼 시계는
영원히 그 시간에 멈추어서 좋아라
토끼풀꽃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아 ㅡ 그러나
아직은 사랑,
가난하여 넉넉한 먼 그리움도 있느니
초저녁 별빛이 고웁다.
(복효근, '토끼풀꽃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
3번 읽어 보셨는지요? 금수정에서 바라 본 요천강의 풍경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요천강이 맺어주는 아름다운 인정(人情)인 것 같아 인용해 보았어요. 마음에 드셨기를... ^ ^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