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천자문> 읽어 보셨는지요? 말은 많이 들어 봤어도 정작 읽어 보신 분은 많지 않으실 것 같아요. ^ ^  전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께서 글자 하나당 10원 줄테니 외워 보라고 하셔서 앞 부분을 좀 외워 본 기억이 있어요. 물론(!) 중간에 그만뒀죠. 돈이고 뭐고 놀기 바쁜데 그런 거(?) 외울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 ^ 

 

 

   나중에 성인이 되어 무슨 계긴가로 <천자문>을 읽어 보았어요. 읽으면서 어렸을 때 안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슨 소리냐구요? <천자문>의 내용은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란 소리에요.

 

 

   <천자문>은 4언고시(일종의 4행시로 운을 사용하긴 하나 엄격하진 않음)로 세상(살이)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압축적으로 표현해 놓았어요. 따라서 해석도 쉽지 않고 내용 이해 또한 만만치 않죠. 세상(살이)에 대한 경험과 상당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이해가 가능해요. 그러니 이런 책을 어린아이가 배운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 재미있어도 쉽게 싫증내는게 어린아이인데, 이해도 안되는 것을 억지로 배워야 하니 말이지요. 어렸을 때 안읽길 정말(!) 잘한 것이지요. ^ ^

 

 

   단순히 한자를 익히는 수단으로 <천자문>을 사용할 수도 있긴 한데 -- 1천 개의 글자로 이루어졌으니 단어집으로서의 의미는 분명히 있지요-- 이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한자의 수준이 높기 때문이지요. 하여간 <천자문>은 어린아이용 학습서로는 절대 비추예요. 옛날에 서당다녔을 어린이들,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자,오늘 다룰 내용이 무엇인지 아시겠죠? 네, 바로 <천자문>이에요. 자료 사진은 대천 해수욕장의 모 기관 로비에서 찍은 거에요. 혹시 오늘 내용을 읽으시는 분중에 그 기관에 근무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아, 그게 그런 내용이었어?" 하지 않으실까 싶네요. ^ ^

 

 

오늘은 오른쪽 부분의 8자만 보도록 하시죠. 사진의 글씨체는 예서체에요. 일단 해서체로 바꿔보죠. 그래야 읽기가 좀 편할 것 같아요. 貽厥嘉猷 勉其祗植. 읽어 볼까요? 이궐가유 면기지식. 뜻과 음으로 다시 읽어 볼까요? 줄(끼칠)이, 그궐, 아름다울가, 꾀유, 힘쓸면, 그기, 공경지, 심을식.

 

 

해석을 해볼까요? '아름다운 꾀(계책)를(을) 남겨 주셨으니, 경건하게 세우기를 힘쓰라.'에요. 厥과 其는 대명사로 볼 수도 있지만, 저는 시의 호흡을 고르는 어기사로 보고 해석을 하지 않았어요. 선현(조)이(가) 길이 지켜갈만한 훌륭한 계책을 남겨 주었으니 그것을 잘 받들어 지켜 나가도록 힘쓰라는 의미지요. 계책의 구체적 내용은 없지만, 그 선조(현)의 자손들은 알고 있겠지요.

 

 

그런데 이 구절을 정치적인 의미로 풀기도 해요. 그것은 <서경> 군진편에 나온 "爾有嘉謀嘉猷 則入告爾后于內…(너에게 아름다운 계책과 꾀가 있거든 들어와 안에서 네 임금에게 고하고 …)"에 기반한 풀이에요. <서경>의 내용에 기반하여 풀이하면 이렇게 해석할 수 있어요.'아름다운 계책을 남기고, 공경되이 부식(附植, 내면화)할 수 있도록 힘쓰라.' 신하된 입장에서 임금에게 길이 전해 줄만한  훌륭한 계책을 남기도록 힘쓰고, 그 자신 또한 올바른 가치를 내면에 심을수 있도록 애쓰라는 의미지요.

 

 

어떤 것이 맞을 까요? 둘 다 맞는 것 같아요! ^ ^ <천자문>은 시인데, 시의 해석은 읽는 이에 따라 융통성이 발휘될 수 있는 거잖아요? ^ ^

 

 

자,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勉과 其는 전에 다뤄서 빼도록 하겠어요. ^ ^

 

 

는 貝(조개패, 여기서는 재물의 의미)와 台(怡의 줄임 글자, 기쁠이)의 합자에요. 흐뭇한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재물을 준다는 의미에요(받는 사람도 흐뭇하다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요). 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貽訓(이훈, 조상이 자손에게 남긴 교훈), 貽謀(이모, 조상이 자손에게 남긴 계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厂(언덕한)과 欮(瘚의 줄임 글자, 상기궐)의 합자에요. 기운이 피로하고 머리가 상기될 정도로 힘들게 언덕 밑에서 돌을 캐낸다란 의미에요. 지금은 이 뜻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지시 대명사의 의미인 '그'라는 의미로만 사용하죠. '그'란 의미를 갖게 된 과정은 잘. 혹, 돌을 캐내는 '그' 일은 매우 힘들다라는 의미에서 생겨난 것은 아닌지... ^ ^ 厥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厥明(궐명, 다음 날이 밝아올 무렵), 厥初(궐초, 어떤 일의 맨 처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鼓(북고)의 초기 글자와 加(더할가)의 합자에요. 북소리를 시작으로 악기의 여러 음이 결합되어 아름다운 화음을 내듯이 나와 타인의 아름다움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고양된 아름다움이란 의미에요. 嘉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嘉穀(가곡, 좋은 곡식) 嘉禮(가례, 혼례. 주로 왕실의 혼례를 지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犬(개견)과 酋의 합자에요. 개처럼 기민하다(똘똘하다)란 의미에요. '꾀'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것이지요. 酋는 본래 음이 '추'인데 여기서는 '유'로 읽어요. 소리값이 좀 바뀌었죠. 猷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遠猷(원유, 멀리 내다보는 계획), 鴻猷(홍유, 넓고 크게 세우는 계획)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示(神의 줄임글자, 귀신신)과 氐(근본저)의 합자에요. 지극히[氐] 조심스러우며 공경스런[示, 신 앞에서는 공경스런 자세를 취하기 마련이죠] 자세를 취한다란 의미에요. 祗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祗奉(지봉, 공경하여 받듦), 祗肅(지숙, 공경하고 삼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木(나무목)과 直(곧을직)의 합자에요. 대문 가에 심은 곧은 나무란 뜻이에요. 고대 중국의 대문은 외짝문이라 외출시 외짝문을 닫고 잠그는데 필요한 보조 기둥이 있어야 했는데, 그 역할을 문 옆에 곧게 자라는 나무를 심어 대신하게 했어요. 종합하면 문기둥 역할을 하기 위해 심어놓은 곧은 나무란 의미가 되겠네요. 지금은 심다라는 의미만 남겨 사용하고 있죠. 植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植木(식목), 移植(이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줄(끼칠)이, 그궐, 아름다울가, 꾀유, 공경지, 심을식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遠(    ), 移(    ), (    )訓, (    )奉, (    )禮, (    )

 

3.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한 글자로 써 보시오.

  

 

<천자문>의 위 구절을 접하면서 제 안에 내재된 핵심 가치는 무엇인지 새삼 되돌아 보게 되네요. 그나저나, 다시 느끼는 것이지만, <천자문>은 역시 어려운 글인 것 같습니다. ^ ^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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