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모도 아닌거시 풀도 아닌거시/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윤선도 선생의 오우가 중 '대나무'를 읊은 시에요. 대나무는 소나무와 더불어 군자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식물이죠.

 

오늘은 대나무를 그린 그림의 화제(畵題: 그림에 딸린 글)를 한 번 읽어 보도록 할까요? 사진은 한 공공기관을 방문했다가 찍은 거에요. 공공기관에 걸려있고 대나무를 그린 것이니, 화제의 내용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어느정도 짐작하실 수 있을 것 같애요.

 

글씨가 행서체로 되어 있어 읽기가 좀 어려우실 것 같아요. 해서체로 바꾸어 읽어 보도록 하죠.

 

卷石不盈尺/ 孤竹不成林/ 性有歲寒節/ 乃知君子心(권석불영척/ 고죽불성림/ 성유세한절/ 내지군자심). 어떤 내용일까요?

 

한 자도 안되는 돌위에/ 외로운 대나무 두어 그루/ 세한의 푸른 절개 본디 성품/ 군자의 마음 지녔음을 알케라. ('세한'은 <논어>에 나오는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 한 해가 차가워진 뒤에사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알 수 있다)'란 구절을 압축시켜 표현한 말이에요.)

 

약간 의역했어요. 한자를 하나씩 읽어 볼까요? 작을(卷) 돌(石) 아니(不) 찰(盈) 자(尺)/ 외로울(孤) 대나무(竹) 아니(不) 이룰(成) 수풀(林)/ 성품(性) 있을(有) 해(歲) 찰(寒) 마디(節)/ 이에(乃) 알(知) 임금(君) 아들(子) 마음(心).

 

기존에 다뤘던 한자는 빼고 새로 나온 한자만 좀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할까요?

 

은 무릎을 꿇었다는 의미에요(㔾: 무릎꿇을절). 㔾위의 한자는 음[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㔾위의 한자는 본래 주먹밥을 만든다는 뜻으로, 위 아래를 밀접하게 만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 무릎을 꿇으면 다리 윗부분과 아랫 부분이 밀접해지지요. 다시 정리하면, 주먹밥을 만들 때 위아래를 매만져 밀접하게 만들 듯, 무릎을 꿇어 위 아래 다리를 밀접하게 만들었다란 의미가 되겠네요. 卷은 '책, 작다'라는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모두 본 뜻에서 연역된 것이에요. 과거의 책(죽간)은 말아서 보관했기에 무릎꿇은 모양과 유사하여 '책'이라는 뜻으로도 사용하게 되었고, 무릎을 꿇으면 본디의 모습보다 작아지기에 '작다'라는 뜻으로도 사용하게 된 것이지요. 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卷帙(권질, 책), 卷數(권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작다'라는 의미로는 본 시에 나온 卷石(권석) 정도 밖에 예가 없는 것 같애요.

 

은 그릇[皿: 그릇명]에 가득 채우다란 의미에요. 皿위에 있는 글자는 음이 '고'로 '더하여 불리다'란 의미로 사용하는 글자에요. 글자 변환을 할 수가 없어 이렇게 설명드릴 수 밖에 없네요. ^ ^  盈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盈昃(영측, 차고 기울음), 盈月(영월, 보름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尸(人(사람인)의 변형)와  乀의 합자에요. 乀은 팔꿈치를 상징해요. 팔꿈치이하의 길이를 나타내는 말이에요. 요즘 도량형으로 대략 30Cm를 가리켜요. 尺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尺度(척도), 咫尺(지척) 등을 들수 있겠네요.

 

은 한 곳에 나무[木: 나무목]들이 밀집해 있다는 의미에요. 그런 곳을 숲이라고 부르죠. 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森林(삼림), 林野(임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忄(마음심)과 生(날생)의 합자에요. 사람이 태어날 때 하늘로 부터 부여받은 마음이란 뜻이에요. 性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性品(성품), 性格(성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步(걸음보)와 戌의 합자에요. 歲星(세성, 목성)이 한 차례 이동한[步] 기간이란 뜻이에요. 세성은 공전 주기가 12년으로, 한 차례 이동한 기간이란 1년 즉 12개월을 의미해요. 戌은 음을 담당하는데 소리값이 좀 변했어요(술-->세). 歲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歲月(세월), 歲暮(세모)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은 宀(집면)과 艸 艸(풀초)의 약자와 人(사람인)과 二(둘이)의 합자에요. 궁벽진 곳(집)에 살아 너무 추워서 위 아래로[二] 풀을 덮어 온기를 유지하려 한다는 의미에요. 寒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寒氣(한기), 酷寒(혹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竹(대나무죽)과 卽(곧즉)의 합자에요. 卽에는 밥을 먹는다는 의미가 있어요. 밥을 먹는다는 것은 사람과 밥이 만나는 것이죠. 그렇듯 대나무의 위 아래 부분이 만나는 부분이란 의미에요. 그 부분을 '마디'라고 부르죠. 節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節度(절도), 季節(계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기(氣)가 곧게 분출되지 못하고 굴곡지게 나오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에요. 여기서 말을 할 때 곧바로 표현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어렵게 표현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어요. 乃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乃至(내지), 人乃天(인내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尹(다스릴윤)과 口(입구)의 합자에요. 본래는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아랫 사람을 다스리고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란 의미였어요. 후에 '임금'이란 뜻으로 고정시켜 사용하게 되었지요. 본래의 의미에서 연역된 것이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정점이 바로 임금이잖아요? 君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君長(군장), 君主(군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잘 아시죠? 子는 본래 어린 아이가 강보(포대기)에 싸인 모습을 그린 거에요. '아들'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것이에요. 남아 선호 때문에 아이의 대표를 아들로 본데서 비롯된 것이죠. 子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子女(자녀), 子息(자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작을권, 찰영, 자척, 수풀림, 성품성, 해세, 찰한, 마디절, 이에내, 임금군, 아들자

 

 

2. 다음 (    )안에 들어 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品, (    )昃, (    )石, 季(    ), (    )至, (    )主, 森(    ), (    )度, (    )暮, (    )氣, (    )

 

 

3. 다음을 소리내어 읽어 감상을 말해 보시오.

 

 

   卷石不盈尺/ 孤竹不成林/ 性有歲寒節/ 乃知君子心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분들이 이 액자의 글귀처럼 처신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특히 고위 공직자가...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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