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때를 만나서는 천하도 내 뜻과 같더니

운 다하니 영웅도 스스로 어쩔 수 없구나

백성을 사랑하고 정의를 위한 길이 무슨 허물이랴

나라 위한 일편단심 그 누가 알리

 

殞命

時來天地皆同力

運去英雄不自謀

愛民正義我無失 

爲國丹心誰有知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 것일까요?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시대가 먼저 아닐까 싶네요. 영웅이란 대개 난세에 등장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그 난세를 또 치세로 만드는게 영웅이기도 하니 영웅이 시대를 만든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녹두장군 전봉준도 난세에 활약한 분이니 분명 영웅이지요. 그러나 치세의 영웅은 되지 못했지요. 왜 치세의 영웅이 되지 못했을까요? 장군은 자신의 시에서 '운이 다했다(運去)'는 말로 그 이유를 말했지만, 제가 보기엔 '나라위한 일편단심(愛國丹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애요. 주인[임금]이 되려하지 않고 스스로 아랫사람[신하]이 되려했던 것이 패착(敗着)의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애요. 첫 구에 나오는 것처럼 '때를 만"났는데 스스로 자신을 위축 시켰으니 "운"이 "다"할 수 밖에요. 너무 가혹한 평가일까요? 장군이 만일 처음부터 좀 더 큰 뜻을 가지고 거사를 했더라면...

장군의 시를 읽으면 그의 충절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 또한 금할 길이 없어요.

 

한자를 한 자씩 읽어 볼까요?

 

殞命(죽을 목숨)

時來天地皆同力 (때 하늘 한가지)

運去英雄不自謀 (운 빼어날 뛰어날 아닐 스스로 꾀할)

愛民正義我無失 (사랑 백성 바를 옳을 없을 잃을)

爲國丹心誰有知 (위할 나라 붉을 마음 누구 있을)

 

그간 다루지 않은 글자만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는 死(죽을사)의 약자 歹과 隕(떨어질운)의 약자인 員의 합자에요. 말 그대로 죽었다란 의미에요. 죽으면 시신을 땅 아래 묻기에 員으로 음을 삼았어요. 殞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殞碎(운쇄, 殞命과 같은 의미), 殞石(운석, 隕石(운석)과 같은 의미에요. 다 타지 않고 떨어진 유성을 가리키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比(나란할비)와 白의 합자에요. 여기서 白은 自의 초기 형태로, 코를 그린 거에요. 중국 고대에는 자신을 타인에게 소개할 때 코를 가리키며 소개했기에  白은 '자신, 스스로' 등의 의미를 갖게 됐어요. 따라서 皆는 사람들이 스스로 나란히 서서 하나가 되었다란 의미에요. 여기에서 '다, 전부' 등의 의미가 나온 것이지요. 皆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擧皆(거개), 皆勤(개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본래 힘줄을 그린 거에요. 힘줄을 통해 힘쓰는 정도가 나타나기 때문에 '힘'이란 뜻으로도 사용하게 되었지요. 力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筋力(근력), 力士(역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辶(쉬엄쉬엄갈착, 여기서는 이동의 의미)과 軍(군사군)의 합자에요. 군사들을 위한 각종 병기와 보급품을 이동시킨다는 의미에요. 運이 어떻게 '운(fortune)'이란 의미를 갖게 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동'이란 의미에서 연역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운(fortune)'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이잖아요? 항상 운이 좋은 사람이 어디 있던가요? ^ ^ 運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運轉(운전), 幸運(행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에서 土는 人이 변형된 것이고, 厶는 凵이 변형된 것으로 문을 의미해요. 문을 나서 밖으로 나간다란 의미지요. 去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去來(거래), 去就(거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隹(새추)와 厷(팔뚝굉)의 합자에요. 厷에는 힘이 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 암컷에 비해 힘이 센 수컷새란 뜻이지요. '뛰어나다'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것이에요. 雄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雌雄(자웅), 雄壯(웅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言(말씀언)과 某(梅(매화매)의 초기 형태에요. 여기서는 매실이란 의미로 사용)의 합자에요. 매실이 시고 떫은 맛에서 단맛으로 바뀌듯, 어려운 상황을 만나 극복할 방도를 타인에게 물어보거나 깊이 생각하여 헤쳐 나간다란 의미에요. 謀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圖謀(도모), 謀議(모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手(손수)와 乙의 합자에요. 乙에는 빠져 나온다는 의미가 있어요. 손에서 빠져 나왔다는 뜻이에요. 잃어 버렸다는 의미지요. 失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失手(실수), 失望(실망)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는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손으로 코끼리를 이끌고 일을 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둘. 爪(손톱조)와 원숭이를 나타낸 글자의 합으로, 손톱으로 긁기를 좋아하는 원숭이를 표현한 것이다. 지금은 '하다, 되다, 위하다'란 의미로 사용하죠. 모두 본래의 의미에서 연역된 의미라고 볼 수 있어요. 爲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行爲(행위), 爲人(위인), 爲我(위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본래 주사[丶]라는 광물을 캐내는 광산을 그린 거에요. '붉다'란 의미는 주사(朱砂)라는 광물의 색깔이 붉은데서 나온 거에요. 丹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丹心(단심), 丹楓(단풍)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는 무엇인지 몰라서 물어본다[言: 말씀언]란 의미에요. 隹는 음을 담당하는데 음가가 약간 바뀌었죠(추-->수). 誰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誰何(수하), 誰某(수모, 아무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죽을운, 다개, 힘력, 운운, 갈거, 뛰어날웅, 꾀할모, 잃을실, 위할위, 붉을단, 누구수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雌(    ), (    )就, 幸(    ), 擧(    ), (    )士, (    )何, (    )我, (    )碎, (    )楓, (    )望, (    )議

 

3. 다음 시를 소리내어 읽고 그 감상을 말해 보시오.

 

   時來天地皆同力 / 運去英雄不自謀 / 愛民正義我無失 / 爲國丹心誰有知

 

 

오늘은 농민가를 들으면서 마치도록 하죠.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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