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 꽃이에요. 정확하게 말하면 개양귀비꽃이죠. 꽃양귀비라고도 부르죠. 언제부턴가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었어요. 하늘 거리는 꽃대궁에 연하디 연한 붉은 색 꽃잎 몇 장을 피워 올린 모습을 보면 아름다움에 앞서 측은한 마음이 먼저 들어요. 뿐인가요. 미풍이라도 불어 꽃잎이 떨어지면 그 애잔한 모습은 또 어떻구요.

 

  그런데 이런 유약하고 애잔한 모습과는 달리 그 번식과 자생력은 생각외로 강해요. 단속을 안하면 그 개체수를 거의 무한대로 불려요. 지난 해 마당가에 몇 개 보이는가 싶었는데 올해는 그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였더군요.

 

   좀 과하다 싶어 뽑을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손길이 자꾸 멈칫거려 지더군요. 결국은 포기했죠. (유약하고 애잔한) 아름다움에는 상대의 판단을 흐리는 약간의 마성(魔性)이 있나봐요. 하하하. 문득 든 생각인데, 당 현종이 양귀비에게 빠진 것도 그런 것 아니었나 싶어요. 당 현종도 마음 한켠에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요? 그러면서도 마음을 돌이키지 못하고 수렁에 빠진 듯 양귀비에게 빨려 들어갔던 것 아니었을까요? 아름다움의 치명적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사내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하하하.

 

  마지막 여담 하나. 진짜 양귀비는 개양귀비처럼 여리지 않아요. 튼튼해요. 어떻게 아냐구요? 어렸을 때 보았거든요. 당 현종이 총애했던 양귀비도 호리호리한 미녀가 아니라 비만에 가까운 미녀였다고 해요.

 

  양귀비는 한자로 楊貴妃라고 써요. 楊은 버들양, 貴는 귀할귀, 妃는 왕비비 라고 읽어요. '양씨 성을 가진 귀비(왕의 처첩에게 내리는 칭호중의 하나)'란 뜻이지요. 꽃이 양귀비처럼 아름다워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양귀비는 罌粟(앵속)이라고도 부르는데, 罌은 항아리앵, 粟은 조속 이라고 읽어요. 양귀비의 씨주머니를 강조하여 부른 이름이에요. 양귀비의 씨주머니는 항아리처럼 동그스름하고 그 안에 좁쌀처럼 잘디잘은 씨앗들이 많이 들어 있거든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木(나무목)과 昜(볕양, 陽의 초기 형태)의 합자에요. 昜에는 번성하다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 이식이 잘되며 주로 물가에서 자라는 나무라는 뜻이에요. 흔히 수양버들이라고 부르는 나무에요. 楊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垂楊(수양), 楊柳(양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貝(조개패, 재물 혹은 돈의 의미로 쓰임)와 蕢(삼태기궤)의 초기형태인 臾의 합자에요. 삼태기에 재물(돈)을 담아 지불해야 할 정도로 값비싼 물건이란 의미에요. 貴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貴金屬(귀금속), 貴賓(귀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女(계집녀)와 己(자기기)의 합자에요. 본래 자신의 짝이 되는 여인, 즉 배필이란 뜻이었어요. 후에 왕의 배필을 뜻하는 특정명사로 변했지요. 妃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王妃(왕비), 妃嬪(비빈, 왕과 왕세자의 부인을 함께 부르는 말)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주둥이가 작고 배가 큰 단지[缶: 장군(단지)부]를 가리켜요. 缶를 제외한 나머지 글자는 음을 담당하죠. 앵이 들어간 예는 일반적인게 별로 없네요. 銀罌(은앵, 은으로 만든 단지), 壺罌(호앵, 호리병과 단지) 정도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은 본래 곡식 열매[米:쌀미, 여기서는 모든 곡식의 대표로 사용된 것이죠]란 의미였어요. 西는 음을 담당하는데 음가가 약간 바뀌었죠(서-->속). 후에 특정 곡식인 '조'를 의미하는 글자로 한정 사용하게 되었죠. 粟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米粟(미속), 粟粒(속립, 곡식 낱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자, 문제를 풀면서 내용을 정리해 볼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버들양, 귀할귀, 왕비비, 조속, 항아리앵

 

  2. (     )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賓, 王(     ), (     )柳, (     )粒, 壺(     )

 

 

  백거이(白居易)는 <장한가(長恨歌)>에서 양귀비가 받은 현종의 총애를 이렇게 그렸어요. "아름다운 후궁 3천인이나/ 그 모든 사랑 한사람에게 고였네/ 천하의 부모들/ 아들보다 딸 귀하게 만들었네(後宮佳麗三千人/ 三千寵愛在一身/ 遂令天下父母心/不重生男重生女)" 아름다움의 마력이 빚어낸 희대의 사건 정수(精粹)를 잘 포착해 그린 것 같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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