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역시 추사 기념관에서 찍어온 거에요. 그런데 너무 위압적이죠? 한자 몇 자 하다가 갑자기 이런 것을 대하면 겁에 질리실 것 같아요.^ ^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함에도 이것을 하려는 이유는? 음, 첫째는 이 글씨가 추사 해서체의 전범(典範)이라 그렇고, 둘째는 글자들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그렇고, 세째는 내용이 좋아서에요.
이 작품의 제목은 '묵소거사자찬(默笑居士自讚)'이에요. '묵소거사가 묵소거사라는 자신의 호에 대해 스스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글'이란 의미지요. 묵소거사는 황산 김유근이란 분이에요. 이분은 실어증에 걸려 말을 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의 호를 묵소거사라고 했어요. 침묵[默: 잠잠할묵]과 웃음[笑: 웃을소]만으로 처세하는 선비[居士]가 되겠다는 뜻이었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들은 것을 이해할 수는 있으니 상황에 맞게 침묵과 웃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지요. 이런, '묵소거사자찬'의 내용을 이미 다 말해 버렸네요. ^ ^
추사 선생은 김유근이란 분과 절친이었다고 해요. 하여 이 작품으로 그를 위로하고 격려한 것이지요. 아름다운 우정이 곁들여졌기에 더욱 빛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 오늘은 '當默而默 近乎時 當笑而笑 近乎中'까지만 보도록 하시죠. 마땅당(當) 잠잠할묵(默) 말이을이(而) 잠잠할묵(默) 가까울근(近) 어조사호(乎) 때시(時) 마땅당(當) 웃을소(笑) 말이을이(而) 웃을소(笑) 가까울근(近) 어조사호(乎) 가운데중(中), 당묵이묵 근호시 당소이소 근호중(當默而默 近乎時 當笑而笑 近乎中)이라고 읽어요.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고 웃어야 할 때 웃는 것은 시중(時中)의 도리에 근접한 것이다'란 의미에요. 시중(時中)은 본래 붙어다니는 말인데 여기서는 침묵과 웃음에 하나씩 나눠 놓았어요. 그러나 해석할 때는 붙여서 해석해야 의미 전달이 잘되요. 그래서 '시중(時中)의 도리에 근접한 것이다'라고 풀이한 거에요.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시중(時中: 때에 적중하다. 여기서 中은 가운데가 아니라 적중하다란 의미에요)의 도리는 옛분들이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던 가치관이지요. 자신은 말은 할 수 없고 단지 침묵과 웃음만 지을 수 있을 뿐이지만 이것을 상황에 맞게 표현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중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때론 침묵과 웃음이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줄 수도 있으니, 그것을 상황에 맞게 표현한다는 것은 매우 큰 가치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자, 설명은 여기까지만 드리고 이제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이미 다룬 글자들은 빼도록 하겠어요. ^ ^
當은 밭[田: 밭전]과 밭이 서로 막딱드리고 있다는 뜻이에요. 尙은 음을 담당하는데 소리값이 좀 변했죠(상-->당). 當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應當(응당), 該當(해당)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默은 犬(개견)과 黑(검을흑. 여기서는 잠잠히/ 조용히의 의미로 사용됐어요)의 합자예요. 개가 조용히 사람을 따라간다는 의미지요. 默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沈默(침묵), 默想(묵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而는 본래 턱수염을 그린 거에요. 여기서 의미가 연역되어 (수염이 턱에 이어져 있는 것처럼)앞말과 뒷말을 이어준다의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지요. 순접과 역접의 두가지 의미로 사용해요. 위의 글에서는 순접의 의미로 사용되었죠.
近은 辶(쉬엄쉬엄갈착)과 斤(도끼근)의 합자에요. 도끼가 나무에 밀착하여 나무를 쪼개듯 상대에게 가서 부합(附合)한다는 의미에요. 가깝다란 의미는 여기서 파생된 것이지요. 近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近似(근사), 원근(遠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乎는 兮와 丿의 합자에요. 兮는 말을 잠깐 멈추고 기운을 고르는 의미이고, 丿은 남은 소리를 마저 낸다는 의미에요. 합쳐서 의문투로 말을 매듭짓는다는 의미지요. 乎는 대개 문장끝에 사용하여 의문문이나 반어문을 만드는 기능을 담당해요. 위의 글에서는 그런 의미로는 사용하지 않고, '~에'라는 대상을 표현하는 의미로 사용했어요.
時는 日(날일)과 寺(관아사, 보통은 '절사'로 사용하죠)의 합자에요. 관아에서 처리하는 일이 공명정대하고 분명하듯 여러 날이 누적되어 분명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절기(사계절)란 의미에요. '때'란 의미는 사계절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때'란 의미로 사용된 것이지요. 時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四時(사시), 時節(시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문제를 아니 내겠어요. 너무 힘드실 것 같아서요.^ ^ 대신 오늘 배운 문장을 소리내어 한 번 읽어 보시지요. ^ ^
當默而默 近乎時 當笑而笑 近乎中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