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흔적은 태안읍 백화산에 있어요. 지난 번 방선암(訪仙岩) 각자(刻字)와는 달리 선명해서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 끌어요. 문제(?)는 너무 선명하다는 점이에요. 내용과 어울리지 않거든요. 이 흔적은 강선대(降仙臺)라고 읽어요. 내릴강(降) 신선선(仙) 돈대대(臺), 신선이 내려온 돈대(평지 보다 높은 곳에 있는 넓직한 장소)란 의미지요. 은은한 맛이 없고 위압적이라 좀 아쉬워요.
이 각자 옆에는 이 글씨를 새긴 분의 이름이 뚜렷이 써있어요. 참봉(參奉: 벼슬 이름) 김석구(金碩球). 참봉은 중앙에서는 별 볼일 없었지만, 지역에서는 대개 유지 행세를 했죠. 모르긴 해도 이 분도 그랬을 것 같아요. 이런 정도의 각자를 할 정도면 유지 노릇을 톡톡히 하지 않았겠어요? 유지 노릇을 하며 신선의 풍류를 즐겼을 이 분을 생각하니, 왠지 좀 떨떠름 하더군요. 이율배반적인 것 같아서 말이죠.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仙과 臺는 예전에 다룬 한자라 빼겠어요. 降 한 글자만 살펴 보도록 하죠. ^ ^
降은 언덕[ 阝(阜의 변형, 언덕부)]에서 내려온다는 뜻이에요. 오른쪽 부분은 음[강]을 담당하는데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어그적 거리며 내려온다는 의미거든요. 합치면, 어그적거리며 언덕에서 내려온다란 의미가 되겠네요. 降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下降(하강), 乘降(승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연습 문제를 아니 내겠어요. ^ ^ 내일 뵙도록 하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