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에는 갑사구곡(甲寺九曲)이 있어요. ()

  은 구석에 위치한 경치좋은 곳이란 의미죠. 1곡 용

  유소(龍遊沼), 2곡 이일천(二一川,) 3곡 백룡강(

  龍), 4곡 달문택(達門澤), 5곡 금계암(金鷄巖), 6

  곡 명월담(明月潭), 7곡 계명암(鷄鳴巖), 8곡 용문

  폭(龍門), 9곡 수정봉(水晶峯)이에요.  이번 계룡

  산에 갔을 때는 1곡 용유소와 5곡 금계암 그리고 8곡

용문폭만 보았어요.

 

갑사구곡은 대한제국 시절 순종황제의 부인인 정효황후 윤씨의 숙부인 윤덕영이 명명한 것이에요. 이곳에 간성장(艮成莊)이란 별장을 짓고 지내면서 명명했죠. 간(艮)은 그칠간, 성(成)은 이룰성, 장(莊)은 별장장이에요. 간은 주역의 64괘중 52번째 괘인 간괘()를 의미해요. 간괘는 중첩된 산의 모습을 상징화한 기호에요. 그 의미는 '편안히 머무르다'란 뜻이지요. 그런데, '편안히 머무르'려면 욕심이 없고 상황에 맞게 처신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간괘는 무욕(無欲)과 시중(時中)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더러는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은둔한 군자를 상징한다고 보기도 하죠. 이렇게 보면 간성장(艮成莊)의 의미는 '시중과 무욕을 달성한 은군자의 별장'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애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目(눈목)과 匕(比의 약자, 견줄비)의 합자에요. 서로 흘겨 본다는 뜻이지요. 머무르다란 의미는 흘겨보는 상태를 지속한다는데서 연역된 것이에요. 艮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艮方(간방, 동북방을 간방이라고 해요), 艮止(간지, 머물러야 할 곳에 머무른다는 뜻이에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戊(다섯째천간무)와 丁(장정정)의 합자에요. 戊는 방위로는 중앙이며 오행으로는 토(土: 흙토)에 해당해요. 흙에 의지하여 모든 것이 튼실하게[丁] 이루어진다란 의미에요. 成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成事(성사), 成就(성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艹(풀초)와 壯(장할장)의 합자에요. 풀이 크고 무성하게 자랐다라는 뜻이지요. 별장이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것이에요. 별장은 대개 풀이 크고 무성한 산이나 물가에 짓기 때문이지요. 莊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山莊(산장), 別莊(별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자,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그칠간, 이룰성, 별장장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山(     ), (     )方,  (     )就

 

3. 다음 시를 읽고 그 느낌을 말하시오.

 

   중년에 자못 도를 좋아하다/ 만년에 종남산 기슭에 집을 지었네/ 흥이 나면 매양 홀로 거니나니/ 그 가운

   데 기쁜 일 나만이 안다네/ 걸어서 물 다하는 곳 이르면/ 앉아서 구름 이는 것 바라 보고/ 우연히 숲 속의

   나무하는 늙은이 만나/ 담소나누며 돌아가기 잊는다네(中歲頗好道/晩家南山陲/興來每獨往/勝事空自知/

   行到水窮處/坐看雲起時/偶然値林叟/談笑無還期) <왕유, 종남별업(終南別業)>

 

인터넷을 찾아보니 윤덕영은 친일파로 되어 있더군요. 경술국치(1910) 당시 지대한(?) 공을 세운 인물이라고 해요. 조약에 찍을 국새를 정효황후 윤씨가 치마 밑에 감췄는데 윤덕영이 혼을 내서(?) 빼앗아 왔다 해요. 경술국치이후 일제로부터 자작을 하사받았다는군요. 간성장은 경술국치이후 지어진 것으로 보여요.

 

이런 사실을 알고나니 간성장 건물도 각자(刻字: 글씨를 새긴 것)도 곱게 보이질 않더군요. 망국의 백성이 호가호위로 누리는 풍류와 자족이란 과연 무슨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요?

 

자,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내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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