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

 

학교 다니실 때 혹 들어 보신 문구 아니신가요? 민태원 선생의 '청춘예찬'이란 글의 첫 대목이에요. 지금도 이 글이 교과서에 실려있는지 모르겠군요.

 

차를 타고 가다 민태원 선생의 생가 마을 안내 표지석을 찍었어요. 마을 이름이 아름답더군요. 청춘예찬(靑春禮讚) 마을. 청(靑)은 푸를청 춘(春)은 봄춘 예(禮)는 예우할예 찬(讚)은 기릴찬이에요. 행정구역상 명칭으로는 서산시 음암면 신장리에요. 선생의 생가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일행이 있어 거기까지는 미처 가보지 못했네요.

 

'청춘 예찬'은 1930년대에 씌여진 글이에요. 당시는 우리 근현대 문학의 거장들이 활동하던 시기였죠. 이상, 김유정, 이태준, 정지용... 민태원 선생도 그 일원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1930년대는 일제강점기하였어요. 문학의 가치를 시대로 재단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어요. 그래도 일제강점기하에서의 '청춘 예찬'이란 무엇을 상정한 '청춘 예찬'인지 좀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요.

 

자,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이미 배운 春은 빼도록 하겠어요. ^ ^

 

은 두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生(날생)과 井(우물정)의 결합이다. 초목의 싹이 처음 생겨날 때의 색깔을 표현한 것이고 井은 음을 담당한다. 둘. 生(날생)과 丹(주사단, 일종의 광물질)의 합자이다. 불이 난[生] 나무에서 보이는 주사 빛깔을 말한다. 靑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靑靑(청청), 靑瓦臺(청와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靑은 동쪽의 색깔을 상징해요. 백(白)은 서쪽, 적(赤: 붉을적)은 남쪽, 흑(黑: 검을흑)은 북쪽, 황(黃: 누를황)은 중앙의 색깔을 상징하죠.

는 제기[豊]를 늘어놓고 신[示: 神(귀신신)의 줄임 글자이죠]에게 제사를 지낸다란 뜻이에요. 예절은 제식행위에서 비롯된 것이죠. 禮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禮儀(예의), 禮法(예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言(말씀언)과 贊(기릴찬, 도울찬으로도 많이 사용하죠)의 합자에요. 말 그대로 상대를 칭찬한다는 의미이죠. 讚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讚美(찬미), 讚歌(찬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자,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푸를청, 봄춘, 예우예, 기릴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儀,    (     )美,     (     )瓦臺,    (     )秋

 

3. 다음의 글을 소리 내어 읽어 보시오.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

   장(心腸)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

   (汽罐)과 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人類)의 역사(歷史)를 꾸려 내려온 동력(動力)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理性)은 투명(透明)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人間)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萬物)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生命)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 내는 것이 따뜻한 봄

   바람이다. 인생(人生)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理想)의 꽃이 피고, 희망(希望)의 놀이 뜨고, 열락(悅樂)의 새

   가 운다.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沙漠)이다. 오아시스도 없는 사막이다. 보이는 끝끝까지 찾아다녀도,

   숨이 있는 때까지 방황하여도, 보이는 것은 거친 모래뿐일 것이다. 이상의 꽃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게

   남는 것은 영락(零落)과 부패(腐敗)뿐이다. 낙원(樂園)을 장식(裝飾)하는 천자만홍(千紫萬紅)이 어디 있

   으며, 인생을 풍부(豊富)하게 하는 온갖 과실(果實)이 어디 있으랴?

 

   이상! 우리의 청춘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이상! 이것이야말로 무한(無限)한 가치(價値)를 가진 것이다.
   사람은 크고 작고 간에 이상이 있음으로써 용감(勇敢)하고 굳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석가(釋迦)는 무엇을 위하여 설산(雪山)에서 고행(苦行)을 하였으며, 예수는 무엇을 위하여 황야(荒野)

   에서 방황하였으며, 공자(孔子)는 무엇을 위하여 천하(天下)를 철환(撤還)하였는가? 밥을 위하여서,

   을 위하여서, 미인(美人)을 구하기 위하여서 그리하였는가? 아니다. 그들은 커다란 이상, 곧 만천하(滿天

   下)의 대중(大衆)을 품에 안고 그들에게 밝은 길을 찾아 주며, 그들을 행복(幸福)스럽고 평화(平和)스러

   운 곳으로 인도(引導)하겠다는 커다란 이상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길지 아니한 목숨을 사

   는가 싶이 살았으며, 그들의 그림자는 천고에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현저(顯著)하여 일월

   (日月)과 같은 예가 되려니와, 그와 같지 못하다 할지라도 창공(蒼空)에 반짝이는 뭇별과 같이, 산야(

   野)에 피어나는 군영(群英)과 같이,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腐敗)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니, 인생에

   가치(價値)를 주는 원질(原質)이 되는 것이다.

 

   이상! 빛나는 귀중(貴重)한 이상! 그것은 청춘의 누리는 바 특권(特權)이다. 그들은 순진(純眞)한지라 감

   동하기 쉽고, 그들은 점염(點染)이 적은지라 죄악(罪惡)에 병들지 아니하고, 그들은 앞이 긴지라 착목(

   目)하는 곳이 원대(遠大)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현실에 대한 자신과 용기(勇氣)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은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

   하게 하는 것이다.


   보라
, 청춘을!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皮膚)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 눈이 그것을 보는 때에, 우리의 귀는 생()의 찬미(讚美)를 듣는다. 그것은 웅대

   (雄大)한 관현악(管絃樂)이며, 미묘한 교향악(交響樂)이다. 뼈끝에 스며들어가는 열락(悅樂)의 소리다.

   이것은 피어나기 전인 유소년(幼少年)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시들어 가는 노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오직 우리 청춘에게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 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 시대를 영원

   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자. (청춘예찬, 민태원)

 

청춘예찬을 소리내어 읽어 보셨는지요? 강건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명문임에 틀림없어요. 그런데 문제는 한자를 잘 모르면 내용 파악이 쉽지 않다는 사실. ^ ^ 한자를 잘 모르는 요즘 학생들에겐 무척 어려운 글일 것 같애요. 한자 공부를 해야 우리 근현대문학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내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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