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잘 지내고 계신지요? 저는 명절마다 우울해요. 형님이 형편이 안좋으시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저를 자식처럼 돌봐주셨던 분인데 지금 너무 힘들게 지내고 계시거든요. 제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어서 더 안타까워요. 답답한 심사를 달래려 주변의 절집들을 한 바퀴 돌았네요. 오늘부터 며칠간 절집 현판들을 보도록 하시죠.
오늘은 浮石寺(부석사) 현판을 보도록 하겠어요. 부석사는 경북 영주에도 있지만 이곳 서산에도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둘 다 세워진 유래가 같다는 거에요. 부석사의 유래 아시죠? "의상대사께서 터를 잡아 절을 지으려는데 주민들이 방해를 했다. 이때 하늘에 커다란 돌이 나타나 떠다니며 주민들에게 절 짓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며 호통을 쳤다. 그래서 공사가 무사히 이뤄졌고 이런 연유로 절 이름을 뜰부(浮) 돌석(石)을 써서 浮石寺(부석사)로 부르게 되었다(寺가 '절사'인 것은 아시죠?) 떠다니던 돌은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유학할때 그를 사모하던 여인이었다."
민간 신앙과 외래 종교인 불교가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던 모습을 설화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서산에는 그 당시 하늘에 떠다녔다는 돌이 남아 있어요. 이곳 사람들은 흔히 그 돌을 '검은여'라고 부르죠. 언제 서산의 부석사를 방문하시면 이 바위도 한 번 찾아가 보셔요.

부석사는 전에 상당히 고즈녁한 절이었는데 새로운 주지 스님이 오시고 상당히 괄목할만한 모습으로 변했어요. 개인적으론 그리 달갑지 않지만, 절집도 어쨌든 사람이 사는 곳이니 마냥 고즈녁하기만 해서는 안될 것 같기도 해요 ^ ^ 저는 부석사를 찾을 때마다 항상 만공(滿空) 스님의 토굴을 찾아요. 부석사 뒤로 한 3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요. 그곳에 가서 수도자 흉내를 내보기도 하죠 ^ ^ 오늘은 토굴 안에서 사진도 한 장 찍었어요. 토굴에 있으면, 우리 시대의 물신화한 종교와 종교인의 모습을 저절로 되돌아보게 되요.

어휴, 서설이 너무 길었어요. 이제 현판의 한자를 하나씩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하죠.
浮는 氵(水의 변형, 물수)와 孚(孵의 초기 글자. 알깔부)의 합자에요. 물에 떠있다란 뜻이죠. 그래서 氵를 뜻 부분으로 사용했어요. 孚는 음으로 사용하면서 뜻도 일부분 갖고 있어요. 알을 까려면 새가 알위에 앉아 있잖아요? 그것으로 물 위에 떠있다란 의미를 보충해주고 있는 것이죠. 종합하면, 알 위에 새가 앉아 있듯이 물 위에 무엇이 떠있다란 의미이죠. 浮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浮草(부초), 浮標(부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石은 언덕[厂] 밑에 있는 돌[口]을 그린 것에요. 石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玉石(옥석) 石工(석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寺는 본래 관청이란 의미였어요. 寺는 土(여기서는 之(갈지)의 변형)와 寸(마디촌, 여기서는 '법도'의 의미)의 합자에요. 관청이란 본래 법도에 맞게 일을 처리하는 곳이고, 또 관리들은 관청에 가서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두 글자를 합쳐서 관청이란 의미를 표현한 것이죠. 土(여기서는 之(갈지)의 변형)는 음을 담당하는데, 음이 좀 변했죠. 관청이란 의미의 寺가 왜 절이란 의미로 사용하게 됐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추측컨대, 관리나 관청의 역할과 비슷하게 스님들은 삶의 법도(진리)를 가르치는 분들이고 대개 이분들은 절에서 그것을 가르치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寺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사원(寺院), 寺刹(사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자, 정리할겸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뜰부, 돌석, 절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院, ( )工, ( )草
3. 여러분이 절을 세운다고 가정하고, 절 이름을 한 번 지어 보시오.
부석사의 현판 글씨는 만공 스님이 70세때 쓰신 거라고 해요. 현판에 보면 왼쪽에 칠십옹(七十翁: 칠십세의 늙은이)이라고 써있죠. 아, 그런데 만공 스님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만공 스님 얘기는 내일 얘기해 드릴게요. 내일 볼 절집의 현판하고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거든요.
자, 오늘은 여기까지.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