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서울 나들이를 하게 되었어요. 경복궁 근처를 어슬렁 거리다 가게의 간판이 멋져 사진기를 들이밀었네요. 한자는 조형미가 뛰어난 글자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두 개의 간판중 특히 아래 간판이 그런 특징을 잘 살려 쓴 것 같아요.

 

위에 있는 간판 글씨를 먼저 볼까요? 餠(떡병)이에요. 행서체로 쓴 것이죠. 왠지 떡시루에서 김이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아마 행서 이외의 다른 서체로 이 자를 썼다면 그런 느낌이 들기 어려울 것 같아요. 아래 있는 간판글씨는 碧帝(벽제, 푸를벽 임금제)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碧은 碧昌牛(벽창우)의 의미이고 帝는 蹄(굽제)의 의미라고 나와 있더군요. 碧昌牛는 '벽동(碧潼)과 창성(昌城)지역에서 생산되던 소'란 의미로 고집세고 힘좋은 소란 의미입니다. 흔히 고집세고 답답한 사람을 벽창호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유래한 말이지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帝를 蹄의 의미로 푼 것은 이해가 잘 안되더군요. 帝를 蹄의 의미로 풀면 碧帝는 '벽창우의 발굽, 혹은 좋은 소의 발굽' 정도로 의미가 풀이되는데 무슨 의미인지 잘 통하지 않는 것 같아요. 帝는 원래 의미대로 임금이란 뜻으로 푸는게 좋을 것 같더군요. 그러면 '벽창우 중에서 최고의 소, 가장 좋은 소' 정도의 의미가 되겠지요(이것도 저의 생각일 뿐이지요 ^ ^ ).

 

碧帝에서 帝의 디자인이 참 멋지죠? 최고의 소라는 의미가 글자에 잘 나타나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우람하고 날카로운 두 개의 뿔 모양으로 말이죠. 碧帝 오른 쪽에 있는 한글 '봉피양'은 외래어가 아니고 평양 사투리입니다. 봉은 본(本: 근본본)의 사투리이고 피양은 평양의 사투리입니다. 굳이 풀자면 '원조 평양' 정도의 의미라고 할 수 있죠. 좀 더 자세히 하자면 '원조 평양냉면'이라고 할 수 있어요. 봉피양에서는 냉면을 팔거든요.

 

이제 좀 자세히 한자를 알아 볼까요?

 

餠은 食(먹이식)과 幷(어우를병)이 합쳐진 글자에요. 본래 보리가루를 반죽하여 만든 식품이란 뜻이었어요. 그래서 食으로 뜻을 삼았죠. 그리고 물을 넣어 반죽해서 만들기에 합친다는 의미의 幷으로 음부분을 삼았죠. 幷은 뜻과 음을 함께 담당하고 있는 셈이죠, 종합하면, 보리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해 만든 식품이란 의미가 되겠네요. 餠은 본래, 우리가 머리속에 그리는 그런 떡이 아니라, 보리 개떡이었어요 ^ ^ 餠이 들어간 유명한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렇죠! 五餠二魚(오병이어).

 

碧은 王(玉의 변형)과 石(돌석)과 白(흰백)의 합자에요. 푸른 빛이 도는 옥같이 생긴 돌이란 의미였죠. 白은 음을 담당하는데, 소리값이 약간 바뀌었죠. 碧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碧溪水(벽계수), 碧眼(벽안) 정도가 있겠네요.

 

帝는 두 가지 설로 어원을 설명해요. 하나는 이 글자가 본래 꽃받침을 나타낸 글자라는 설이에요. 가운데의 冖 부분이 꽃받침과 꽃의 경계로, 冖 윗부분은 꽃을 나타낸 것이고 冖 아래 부분은 꽃받침을 나타낸 것이라고 봐요. 임금이라는 의미는 후대에 이 글자를 차용해서 나타낸 것이지요. 왜 이 글자를 차용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추측컨대, 꽃과 꽃받침의 관계가 임금과 백성(신하)들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여겨서 차용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또 한 가지 설은 윗 부분의 亠 는 上의 옛 글자로 최고의 존재인 임금을 나타낸 것이고 나머지 부분은 음에 해당한다는 설이에요. 글자 자체가 곧바로 임금의 의미를 표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어느 것이 맞을까요? ^ ^ 둘 다 일리가 있어요. ^ ^ 帝가 들어간 예는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皇帝(황제), 帝國主義(제국주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할 겸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떡병, 푸를벽, 임금제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五(      )二魚,  (     )眼,  (     )國主義

 

3. 다음 (   )안의 한자를 상호에 맞게 디자인 해보시오.

 

   해맑은 안(眼)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멋진 간판을 단 가게는 대개 좋은 물건들을 파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간혹 좋은 물건을 갖다 놓고도 어설픈 간판을 다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사치를 부려야 좋은 간판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 가게에 어울리는 좋은 간판이 나오지 않을런지요? 요는 심미안이 필요한 것인데, 이는 문화의 수준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우리 나라의 간판 수준은 아직은 조금 더... (위의 두 경우는 예외겠죠? ^ ^)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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