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따스한 어느 절집 툇마루에 앉아 있는 고양이-- 조는 듯 눈을 감았다가 나그네 발자국 소리에 살짝 눈을 뜹니다. 그리고는, 다시 무심히 눈을 감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 한 컷 찍었습니다. 고양이 옆에 참 잘 어울리는 목판 하나가 세워져 있습니다. 靜肅(정숙).

 

고양이는 이 절집 스님의 시자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어느 스님의 시자보다 더 충실한 시자같습니다. 누가 이 고양이 보다 더 상대를 조용히 시킬 수 있을까요?

 

언젠가 김용옥 선생님이 대중강연회에서 猫心(묘심: 고양이의 마음)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지요. 공부하는 사람은 고양이에게서 호기심과 자존감과 고독을 배울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이 고양이를 바라보노라니 그 강연 내용이 떠오르는군요.

 

 

 

자,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볼까요?

 

靜은 靑(푸를청)과 爭(다툴쟁)의 합자에요. 이 글자의 본래 의미는 '분명하게 살펴 본다'란 뜻이에요. 靑은 초목이 싹을 틔울때의 색으로, 그 빛깔이 분명하죠. 그래서 이 글자로 '분명하게 살펴 본다'란 의미를 표현했어요. 爭은 여기서 소리값을 담당해요(소리값이 좀 변했죠). 그런데 爭에는 '이끌어 들인다'는 의미가 있어요. 분명하게 살펴 보려면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이끌어 들여야 하겠죠? 爭은 소리값도 담당하지만 글자 전체의 의미를 일부분 보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종합하면, 靜은 '자신의 생각과 판단으로 대상을 분명하게 살펴본다'란 의미가 되겠네요. 그런데 靜은 보통 '고요할정'으로 읽죠? 왜, 고요하다란 의미를 갖게 됐을까요? 추측컨대, 분명하게 살펴보려면 요란하지 않고 고요해야 하기에 '고요하다'란 의미가 연역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靜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靜寂(정적).

 

肅을 볼까요. 肅에서 윗 부분의 글자는 손에 일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고, 아래 부분은 淵(연못연)의 옛 글자로 수심이 깊고 험한 물가란 의미이지요. 합쳐서 '수심이 깊고 험한 물가에 임한 것처럼 조심스럽게 일에 임한다'란 의미지요. 肅을 보통 '엄숙할숙'이라고 읽는데, '엄숙하다'란 의미는 바로 그런 의미지요. 肅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嚴肅(엄숙).

 

猫의 원래 글자는 貓에요. 貓는 豸(狸(삵리)의 줄임 글자)와 苗(싹묘)의 합자지요. 삵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식물을 싹을 갉아먹는 쥐를 퇴치하는 동물이란 의미에요. 猫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犬猫(견묘, 개와 고양이).

 

정리할겸 문제를 한 번 풀어 볼까요?

 

1. 다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고요할정, 엄숙할숙, 고양이묘

 

2. 다음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嚴(       ),  (        )寂,   犬(        )

 

3. 다음 (      )안에 들어갈 적절한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실내(       )

 

학교 다닐 때 가장 많이 듣던 말중의 하나가 '靜肅' 아니었나 싶어요 ^ ^  십대에겐 참으로 힘겨운 단어였죠 ^ ^ 나이 먹은 지금은 너무도 쉬운 단어지만... ^ ^

 

자,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뵈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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