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산에 올랐다. 신록에 감흥이 일어 7언고시 한 수를 지었다.


陽春召我以煙景 양춘소아이연경    따뜻한 봄 날씨 아슴한 경치로 날 불러

不知不覺登八峯 부지불각등팔봉    나도 모르게 팔봉산에 올랐네

遍山草綠括視野 편산초록괄시야    온 산에 가득한 신록 시야를 사로 잡나니

看益驚歎造化翁 간익경탄조화옹    볼수록 조화옹의 솜씨에 감탄이 절로


첫 구절은 이백의 '춘야연도리원서'에서 표절한 것이다. 오래된 대목이지만 봄 날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옮겨 봤다. 이 구절에서 특히나 절묘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부른다는 뜻의 '소(召)'라는 글자이다. 부른다는 것은 곧 유혹. 봄 날 문을 나선 것은 결코 자신의 의지가 아니다. 봄 날의 유혹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문을 나선 것이다. 접할수록 따스한 봄 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이의 마음을 잘 포착한 단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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