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지우고 /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 도로 남이 되는...
대중가요 '도로 남'의 한 대목. 점 하나로 그 의미가 현격히 달라지는 우리 글의 묘미(?)를 재치 있게 표현했다. '남'과 '님'은 그 의미가 얼마나 다른가!
어제 우연히 임시정부의 '대일 선전 포고문'을 읽다 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 대일 선전 포고문은 한문으로 돼있어 번역문을 참조해(국사편찬위원회 자료실) 읽었는데 마지막 항목 풀이가 황당했다(위 사진). '민주 진영의 최후 승리를 미리 축원한다'로 번역할 것을 '만주 진영의 최후 승리를 미리 축원한다'로 풀이해 놓았던 것. 전자의 풀이대로라면 연합군의 대일전 승리를 미리 축원한다는 의미가 되지만, 후자의 풀이대로라면 만주군(일본의 괴뢰 정부)의 대연합군 승리를 미리 축원한다는 의미가 되어, 완전히 상반된 의미가 된다. '점' 하나의 차이가 이렇게 큰 의미 차이를 가져온다. 우리 글의 묘한 특성을 새삼 실감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은 이런 우리 글의 묘한 특성을 말로 바꿔 표현한 속담일 터이다. 말과 글을 쓸 때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됐다. 그나저나 국사편찬위원회 자료가 저리 부실해서야...'오류 신고'가 있긴 하다만서도(어제 오류 신고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