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현대 철학의 신으로 불린다신답게(?)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에서도 글을 썼다고 한다평생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 하니가능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그러나 몰입이 가져온 기적이라고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공자.


유교의 비조(鼻祖)이다누구보다 겸손했지만 배움을 좋아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먹는 것도 잊는다 했고늙는 것도 잊고 지낸다 했다몰입의 달인이라고나 할까?     


이들 못지않은 이가 조선에도 있었다퇴계 이황그 어려운 성리서(性理書)를 읽는데 빠져 무더운 한여름을 두문불출했고임금이 벼슬을 준다 불러도 공부하고 싶다며 마다했다몰입의 즐거움을 알았던 이라고나 할까     


사진은 퇴계 이황의 시이다.   

  

身退安愚兮 신퇴안우혜    몸 물러나니 어리석은 분수 편안한데

學退憂暮境 학퇴우모경    학문 퇴보하니 늘그막이 걱정스럽네

溪上始定居 계상시정거    퇴계의 가에 비로소 거처 정하고

臨流日有省 임류일유성    시냇물 굽어보며 날로 반성해보네     


학문할 수 있게 된 처지를 다행으로 여기며 이제야말로 남은 생을 촌음(寸陰)의 낭비 없이 학문에 몰입하리라 다짐하는 시이다     


비트겐슈타인공자퇴계 이황이들은 무엇 때문에 저술배움학문에 몰입했던 것일까진리의 추구그럴 수도 있다그러나 나는 몰입의 즐거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몰입의 즐거움이 없다면 어떻게 그 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글을 쓰고먹는 것도 잊고 늙어가는 육신도 서글퍼하지 않으며한여름의 무더위도 잊으며 두문불출하고 벼슬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몰입의 즐거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이들은 몰입의 즐거움이 상식을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갖가지 감각적 재미가 난무하는 세상이다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이것도 몰입이다그런데 빠져나오는 순간 허전함을 느낀다빠져나오며 충만함을 느끼는 재미는 없을까비트겐슈타인공자이황이 보여준 저술배움학문이라 말하고 싶다그들은 우리와 다른 특별한 이들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지 말자그들이 했던 영역에서는 그들만큼 못할지 모른다그러나 그들이 해보지 못했던 영역에서는 우리도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다몰입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것요는 타인의 잣대로 우리 자신을 재지 말고 우리 자신의 잣대로 우리를 재는 걸 것이다자신에게 맞는 저술배움학문의 영역을 찾는 것.     

     

평균 수명이 늘면서 노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저술배움학문에서 한 가지 해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공자의 말을 다시 한번 음미한다.     


발분방식 낙이망우 부지노지장지(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 배움에 몰입하면 먹는 것도 잊고 즐거워 모든 근심을 잊어 늙어가는 것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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