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을 넘지 말라!”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해 강력 경고하고 나서자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한 말이다. 자국의 군사 행동에 왈가왈부할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는 말로 들린다. 미국의 왈가왈부를 러시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곧바로 레드라인은 없다고 받아쳤지만 지난번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을 보면 이번에도 뚜렷한 대응을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국가 간에도 레드라인이 존재하지만 개인 간에도 레드라인이 존재한다. 그럴듯한 옛말로 바꿔 표현하면 ‘역린(逆鱗)’이다. 용은 본시 순하다. 그런데 용의 턱 밑에는 역방향의 비늘 하나가 존재한다. 이를 건드리면 순한 용은 더없이 포악한 존재로 변한다. 역린은 신하가 되면 제왕(帝王)의 약점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하지만, 평범한 개인 간에도 소용될 내용이다. 최후의 보루인 자존심 혹은 약점을 건드릴 경우,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나는 ‘솔직(率直)’이 두렵다. 솔직하면 상대의 역린을 건드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로 인한 상대의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아내와 말다툼을 하면서도 아내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으려 인내한 것은 내 심성이 착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내의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의 한자는‘솔담(率談)’이라고 읽는다.‘솔(率)’은 솔직하다는 뜻이고, ‘담(談)’은 말이란 뜻이니, 솔담은 솔직한 이야기란 뜻이다. 요즘 말로 바꾸면 ‘솔까’가 되겠다. 장사하는 이의 솔직한 이야기란 믿을 것이 못되기에― 장사하는 이의 ‘솔직한 이야기’란 말 자체가 장사하는 이들이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 저 상호의 의미는 ‘우리는 남보다 덜 속입니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알면서도 속고, 모르면서도 속는다’는 말이 있다. 모르면서 속는 거야 당연하기에 논할 것이 없지만, 알면서도 속는 것에는 상대의 솔직하지 못함을 굳이 탓하지 않고 넘어가는 유연함(?)이 엿보인다. 그런데 이 유연함에는 상대의 분노를 감당하지 못할 ‘나약함’도 한  스푼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나약함’이란 표현이 적절치 않다면 ‘측은함’은 어떨까?     


나는‘솔직’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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