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개장 하나 주세요!"


주말과 일요일 아침 겸 점심은 꼭 외식을 한다. 산에 갔다 오는 길에 아침 겸 점심을 사 먹고 집에 들어가는 것. 그런데 함밥이 아니고 혼밥이다. 아내와 동행을 하려면 아침 등산 시간이 늦어져― 뭘 그리 준비하는지 ―언제부턴가 혼자 등산을 하다 보니  혼밥이 됐다. 한동안은 집에 들어와 먹은 적도 있는데, 아내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혼밥 외식을 하게 됐다. 혼밥인지라 메뉴는 단순하다. 순대국밥 아니면 육개장인데, 최근엔 육개장을 즐겨 먹는다.  


사진은 즐겨 찾는 육개장집 상호를 찍은 것이다. 이화수(怡和秀). 조어(造語)인데, 정치 깡패 이름[임화수(林和秀)]과 유사한  재미있는 상호이다(첫 글자만 다를 뿐, 나머지 글자는 발음도 한자도 동일하다). 육개장은 아무래도 중년층이 즐겨 찾는 메뉴인만큼 정치 깡패 임화수를 아는 중년층을 겨냥하면서 작위적 의미를 부여해 만든 상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위적 의미가 그럴듯하다. 기쁨과 즐거움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곳. '기쁘고 즐겁게 좋은 음식을 먹는 곳'으로 풀이할 수도 있겠다. 


이름만으로 보면 이곳은 혼밥보다는 함밥에 어울리는 곳이다. 그런데 이름과 달리 이곳엔 나처럼 혼밥을 먹는 이들이 꽤 눈에 띈다. 밥을 먹으며 이따금 그들을 살짝 쳐다보는데, 얼굴에 그늘이 져있다. 저들도 나를 본다면 내가 본 그들의 모습과 같은 모습으로 보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혼밥은…. 


한자의 뜻을 자세히 살펴보자. 


怡는 忄(心의 변형, 마음 심)과 台(기쁠 이)의 합자이다. 기뻐하다란 의미이다. 忄으로 뜻을 표현했다. 台는 음과 뜻을 담당한다. 台는 怡의 원형이다. 본래 台로 사용하다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忄이 추가되었다. 기쁠 이. 怡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怡豫(이예, 기쁘게 놂), 怡怡(이이, 기뻐하는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다. 


和는 口(입 구)와 禾(벼 화)의 합자이다. 마음이 잘 맞아 상호 간에 말이 잘 통한다는 의미이다. 口로 뜻을 표현했다. 禾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벼이삭이 잘 익어 아래로 늘어진 모양을 그린 것이 禾인데, 여기에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화합할 화. 和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和合(화합), 和睦(화목) 등을 들 수 있겠다. 


秀는 禾(벼 화)와 乃(仍의 약자, 당길 잉)의 합자이다. 벼에서 당겨 나온 것, 즉 이삭이란 의미이다. 이삭 수. '당겨 나왔다'란 본뜻에서 '빼어나다'란 의미가 연역되어 '빼어나다'란 의미로도 사용한다. 빼어날 수. 秀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俊秀(준수), 秀作(수작) 등을 들 수 있겠다. 


'여민락(與民樂)'이라는 전통음악이 있다. 사신의 연향이나 임금의 거동 때 행악(行樂)으로 사용되던 음악인데, '여민락'은 백성과 더불어 함께 즐긴다란 의미이다. 이는『맹자』에서 유래된 명칭으로, 무릇 즐거운 것은 (왕) 혼자 즐기는 것보다 (백성과) 함께 즐기는 것이 더 낫다란 데에서 나온 것이다. 일상의 경험을 반추해보면 맹자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준다"는 것이 이런 경험을 반영한 말 아니겠는가.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것 중의 하나가 '먹는 것'이다. '먹는 것'이 보다더 즐거우려면 아무래도 혼밥보다는 함밥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앞으로는 아내의 치장을 기다리는 인내심을 길러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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