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의 학문은 흰 학이 푸른 소나무 끝에서 춤추는 것과 같도다[童子之學 白鶴舞靑松之末].

성스러운 임금의 덕은 누런 용이 푸른 바다에서 꿈틀대는 것과 같습니다[聖主之德 黃龍飜碧海之中].

 

김시습이 다섯 살 때 세종 임금과 나눈 대화의 일절이다. 신동이란 소문이 자자해 세종이 불러다 시험 삼아 던진 말에 멋지게 응수했다. 세종은 후일 그를 중용(重用)하겠다고 약조했고, 이후 김시습의 별칭은 김오세(金五歲)가 됐다고 전한다.

 

일찍 문재(文才)를 드러낸 신동들의 이야기는 적지 않다. 사진의 시도 이런 신동중의 한 사람인 송대(宋代) 왕수(汪洙)가 지은 시중 한 대목이다(사진은 중국 음식점에서 찍었다).

 

詩酒琴棋客 시주금기객    나그네에겐 시와 술과 거문고와 바둑

風花雪月天 풍화설월천    하늘엔 바람과 꽃과 눈과 달

有名閑富貴 유명한부귀    명예가 있으니 부귀에 신경 쓸 일 없고

無事散神仙 무사산신선    일이 없으니 신선이 따로 없구나

 

왕수가 어릴 적 지은 시를 모은 시집으로 전해지는 신동시(神童詩)에 나오는 내용인데, 대구가 절묘하고 내용 또한 깊이가 있다. 왕수는 9세부터 시를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시습을 따라 부른다면 왕구세(汪九歲)라고 부를 수 있겠다.

 

왕수도 그의 문재를 현령에게 시험받았다. 공자의 사당이 퇴락한 것을 풍자한 시를 지었는데, 어린아이가 지었다기에는 믿기 어려워 불러다 시험을 한 것이다. 왜 이런 시를 지었냐고 물으니 현령께서도 사당을 보신다면 저와 똑같은 생각이 드시지 않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단다. 기특한 대답인지라 칭찬을 하면서 다시 희롱성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왕수의 적삼이 몸에 맞지 않게 짧은 것을 보며 신동인데 어이하여 적삼은 그리도 짧은고. 나는 여직껏 짧은 적삼 입은 신동을 보지 못했노라.” 한 것이다. 왕수는 응구첩대(應口輒對)로 이런 시를 읊었다.

 

神童衫子短 신동삼자단    신동의 적삼 짧지만

袖大惹春風 수대야춘풍    소매는 드넓어 봄바람 일으키네

未去朝天子 미거조천자    천자를 뵙기 전

先來謁相公 선래알상공    상공[재상] 먼저 뵙는구나

 

현령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고 전한다. 화답의 내용이 절묘하거니와 질문한 현령을 재상에 비유했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확실히 문재가 있었던 이이다.

 

부모라면 한 번 쯤 자신의 자녀가 신동이 아닐까 혹은 신동이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헛된 기대란 것을 깨닫는다. 젊은 날 부모였을 때는 그것이 아쉬웠지만, 나이 먹은 부모가 되니 그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신동을 신동답게 키울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 날 부모였을 적엔 내 주제도 모른 채 과도한 기대를 자녀에게 투영했던 것이다. 문득 왕수의 부모는 왕수를 어떻게 대했는지 궁금해진다.

 

, , 이 낯설다. 자세히 살펴보자.

 

(옷 의)(그릴 삼)의 합자이다. 옷이란 뜻이다. 적삼(윗도리에 입는 작고 짧은 옷)이란 뜻으로 사용한다. 로 뜻을 표현했다.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옷에는 직조(織造)한 자국이 있기 마련이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옷 삼. 적삼 삼.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長衫(장삼), 圓衫(원삼) 등을 들 수 있겠다.

 

(마음 심)(같을 약)의 합자이다. 어지럽다란 뜻이다. 으로 뜻을 표현했다. 은 음()을 담당한다. 지금은 주로 이끌다란 뜻으로 사용한다. 이끌 야.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惹起(야기), 惹鬧(야료) 등을 들 수 있겠다.

 

(말씀 언)(의 약자, 목마를 갈)의 합자이다. 아뢰다란 뜻이다. 으로 뜻을 표현했다.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아뢸 적에는 목마를 때 물을 찾듯이 간절한 마음으로 사실을 말해야 한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아뢸 알. 찾을 알.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謁見(알현), 拜謁(배알) 등을 들 수 있겠다.

 

신동시(神童詩)에는 도연명의 시도 들어있어 전편(全篇)이 왕수의 시는 아닌 것으로 본다. 왕수의 이름을 가탁한 초학자용 시집이란 것이 중론이다. 독서를 권장하고 자연을 즐기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왕수의 조숙한 문재를 드러낸 풍자시는 다음과 같다.

 

顔回夜夜觀星像 안회야야관성상    안회는 밤마다 별을 보고

夫子朝朝雨打頭 부자조조우타두    부자[공자]는 아침마다 비를 맞네

多少公卿從此出 다소공경종차출    높은 분들 모두가 이분들 문하거니

何人肯把俸錢修 하인긍파봉전수    어떤 이가 봉급타서 매만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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