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화(昇華), 질적인 변화를 일컬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누드화와 춘화를 구별할 때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이 없는 것 같다. 똑같이 벌것벗은 몸을 그린 것이지만 예술로 승화됐으면 누드화요, 그렇지 못했으면 춘화라 할 것이다. 승화에는 화룡점정과 같은 신의 한 수가 필요하다.


사진은 익히 알려진 혜원 신윤복의「월하정인도(月下情人圖)」이다. 으스름 달밤 두 남녀의 밀회를 그린 이 그림은 관음증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런데 이 질펀한 냄새를 유지하면서도 그림 전체를 유쾌하게 만드는 신의 한 수가 그림 속에 들어있다. 춘화에 가까운 그림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신의 한수는 무엇일까? 바로 화제(畵題)이다.


월침침 야삼경 양인심사 양인지(月沈沈 夜三更 兩人心事 兩人知). 달빛 침침한 한밤중 (몰래 만난) 두 사람의 심사는 두 사람만이 알리라.


이 화제가 빠지면 이 그림은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기 어려웠다. 고수의 절묘한 화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절묘한 솜씨의 다른 버전이, 역시 익히 알려진,「단오풍정도(端午風情圖)」이다.





이 그림에서는 화제 대신 직접 그림을 그려 넣었다. 「단오풍정도」의 신의 한수는 남몰래 숨어서 엿보는 동자승이다. 이 동자승이 없었다면 이 그림은 그저 농밀한 그림에 머물고 말았을 것이다. 엿보는 동자승으로 하여 이 그림은 농밀하면서도 유쾌한, 예술작품이 되었다.


沈과 事가 낯설어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자.


沈은 물에 잠겼다는 의미이다. 氵(물 수)로 의미를 표현했고,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한다. 잠길 침. 沈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浮沈(부침), 擊沈(격침) 등을 들 수 있겠다.


事는 자원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 旂(깃발 기)의 약자와 冊(책 책)의 약자와 又(手의 원형, 손 수)의 합자로, 손으로 깃발을 잡거나 간책(簡冊)을 들고 기록하는 일을 한다는 의미이다. 둘. 史(역사 사)와 之(갈 지)의 약자가 결합된 글자로, 순리와 정도에 따라[之] 치우치지 않게 기록하는[史] 일을 한다는 의미이다. 일 사. 事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事態(사태), 事跡(사적) 등을 들 수 있겠다.


예술 작품은 시대와 관계를 맺는다. 혜원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질펀하면서도 유쾌한 혜원의 작품은 그가 활약한 정조 연간(年間)의 활발발(活發發)한 시대 분위기와 맞닿아있다. 정조 사후 폐색된 정치 분위기에서는 도저히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없다. 혜원의 그림에서 정조 연간의 시대 분위기를 읽는 것도 그의 그림을 감상하는 중요 포인트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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