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 작은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신다. 술이 들어가면 웃음과 말수가 많아진다. 그런데 술을 드시지 않을 때는 꼭 화난 사람같다. 웃음기도 없고 말수도 적다.

 

『명심보감』에 '취중불언 진군자(醉中不言 眞君子)'란 말이 있다. '취중에 말 없는 이가 진짜 군자'란 뜻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취중엔 으레 말수가 많아지고 그 말도 대개는 허풍기가 있어 실수가 잦다는 말이 된다. 술은 확실히 평범한 사람을 대범하게 만든다.

 

한시중에 이백의 시만큼 호방한 시가 없다. 그런데 그의 시는 두주불사 음주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만일 두주불사의 음주 습관이 없었다면 그의 호방한 시는 세상에 선을 뵈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백은 소심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두주불사의 음주 습관으로 호방한 시를 지었다는 것은 두주불사의 음주습관이 없었다면 호방한 시를 짓기 어려웠을 거라는 역설이 가능하다. 술이 있어야 호방한 시작(詩作)이 가능했다는 것은 그가 본래 호방한 사람이 아니고 소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왠지 이백은 평소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우리 처 작은 아버지처럼 화난 사람같이 말수도 적고 웃음기도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처 작은 아버지를 본의아니게 흉본 격이 됐는데 이백과 동급으로 대했으니 화내시진 않을 것 같다).


사진은 천생아재필유용(天生我材必有用)’이라고 읽는다. ‘하늘이 나를 냈으니, 반드시 쓸데가 있을 것이다란 뜻이다. 이태백의 유명한 권주가「장진주(將進酒)의 한 구절이다. 하늘의 뜻에 자신을 내맡기고 일상의 쇄사(瑣事)에 골몰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런 활달한 기상의 시는 술기운을 빌었을 때 가능하다. 맨 정신에 이런 기상을 갖기란 쉽지 않다. 다시 한번, 이백은 술기운을 빌지 않으면 더없이 조용한 소심한 사람이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장진주는 언제 읽어도 유쾌하다. 일상의 자잘한 근심을 보물처럼 껴안고 사는 우리네 소시민도 이 시를 읽다보면 이백 못지않은 호방한 기분을 맛본다. 굳이 술을 마시지 않고도 호방한 기운을 맛본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숨죽여 읽지 않고 큰소리로 읽을 때 한결 더 호방한 기운을 맛볼 수 있다. , 우리 시 한 잔~

 

  

君不見 군불견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지수천상래   황하의 물이 천상에서 오는 것을

奔流到海不復回 분류도해불부회   바다로 쏟아져 내려 다시 돌아오지 않는도다

君不見 군불견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高堂明鏡悲白髮 고당명경비백발   좋은 집 명경 속에 백발을 슬퍼하는 것을

朝如靑絲暮成雪 조여청사모성설   아침에는 푸른 실, 저녁때는 눈이어라

人生得意須盡歡 인생득의수진환   인생을 마음껏 즐길지니

莫使金樽空對月 막사금준공대월   금 술동이 비우지 않고 거저 달을 대하지 말라

天生我材必有用 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나를 낳았으니 반드시 쓰일 데가 있으리라

千金散盡還復來 천금산진환부래   천금을 다 뿌리면 다시 또 오리로다

烹羊宰牛且爲樂 팽양재우차위락   양을 삶고 소를 잡아 아직은 즐겨보자꾸나

會須一飮三百杯 회수일음삼백배   모름지기 단번에 삼백 잔을 마실지라

岑夫子丹丘生 잠부자단구생   잠부자 단구생

將進酒君莫停 장진주군막정   술을 드리니 그대들 막지 말라

與君歌一曲 여군가일곡   그대와 함께 한 곡조 읊어보리라

請君爲我側耳聽 청군위아측이청   그댄 날 위하여 귀 기울여 들어주오

鐘鼓饌玉不足貴 종고찬옥부족귀   멋진 음악과 맛있는 음식도 귀할 게 못되는도다

但愿長醉不愿醒 단원장취불원성   장 취하기만 하고 깨는 건 원치 않는도다

古來聖賢皆寂寞 고내성현개적막   예로부터 성현들은 모두 다 적막하였으나

惟有飮者留其名 유유음자류기명   술 마시는 사람만이 이름을 남기게 되리로다

陳王昔時宴平樂 진왕석시연평락   진왕은 그 옛날 평락관에서 잔치를 벌여

斗酒十千恣歡謔 두주십천자환학   말술 십천으로 마음껏 즐겼더니라

主人何爲言少錢 주인하위언소전   주인이여 어찌 돈이 적다고 말하는가

徑須沽取對君酌 경수고취대군작   모름지기 술을 사서 그대와 마시리로다

五花馬千金裘 오화마천금구   오화마와 천금구로

呼兒將出換美酒 호아장출환미주   아이야 나가 맛있는 술을 바꿔 오너라

與爾同銷萬古愁 여이동소만고수   그대와 함께 만고의 수심을 녹여 보리로다 


(번역: 신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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