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공룡 여당 탄생.

 

과반수를 넘는(더불어 시민당 포함) 180석으로 더불어 민주당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선거를 치른 더불어 민주당이나 투표를 한 국민들도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에 놀랐다. 노무현 재단 이사장 유시민의 발언― 범진보 180석 전망―을 왜곡하여 읍소 전략을 편 미통당의 흑색 선전만 없었다면 대구 · 경북도 이 놀라운 투표 결과에 동참했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놀라운 투표 결과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나오는데 대세를 이루는 평은 세가지이다. 하나. 전쟁(현 시국) 중에는 장수(집권당)를 바꾸지 않는다. 둘. 세계가 감탄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셋. 미통당으로 대변되는 구태 정치의 청산 열망. 

 

공룡은 빙하기를 맞으면서 전멸했다. 거대 몸집을 유지할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 더불어 민주당이 커진 몸집에만 만족한다면 자칫 공룡과 같은 최후를 맞이할 수도 있다. 정청래 당선자는 이런 우려를 한 방송 매체에서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180석이라는 큰 기대를 안겨준 만큼, 그 기대를 저버리면 국민은 180도로 돌아설 것입니다." 한 정치학자는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여야에 각기 '겸손'과 '쇄신'을 주문했는데 시의적절한 충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는 더불어 민주당이 '겸손' 이전에 가져야 할 더 중한 덕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중한 덕목을 갖지 못할 경우 문재인 정부가 이루고자 하는 여러 개혁 과제들을 완수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은 '입지용왕능도만리(立志勇往能到萬里)'라고 읽는다. 뜻을 세워 용감하게 나아가면 능히 만리에 이를 수 있다, 란 뜻이다. 여기 '만리'는 원대한 목표를 상징하는 말일 터이다. 이 문구에서 핵심은 '용'이다. '용'이란 추진력이 뒷받침되어야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 뜻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


그렇다면 용기있게 나아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맹자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말한다. "스스로 반성하여 거리낄 것이 없다면 비록 내 앞에 수천 수만의 사람이 있어 나를 위협한다 해도 그곳을 하등의 두려움없이 지나갈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 말을 맹자의 말로 사용하고 나도 그렇게 사용했지만, 사실 이 말은 맹자가 인용한 증자의 말이다.『맹자』에 등장하다보니 맹자가 한 말로 굳어진 듯 싶다.) 여기 "하등의 두려움 없이"란 바로 용기(있는 자세)를 가리킨다. 맹자는 용기(있는 자세)를 갖추기 위해선 이른바 자신을 이기는 극기(克己)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자신의 내면에 들끓는 부정적인 인식과 감정을 이기는 극기가 없는데 어떻게 용기가 생기겠는가! 자신을 이겨야 자기 확신이 생기고, 자기 확신이 생겨야 용기가 샘솟지 않겠는가! 이런 극기와 자기 확신이 없는 용기도 있겠지만 그건 만용에 불과한 것이다. 진정한 용기란 조용하면서도 이성적인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겸손'해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 갖춰야 할 것은 개혁 과제들을 완수하기 위한 '용기'이고, 그 용기를 갖기 위해서는 맹자가 말한 철저한 자기 성찰의 극기 노력을 해야 한다. 그들 앞에는 수천 수만의 적들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민주당이 자기 성찰의 극기 노력을 멈춰  '용기'를  잃는 순간 그들은 가뭇없이 빙하기의 공룡처럼 전멸할 것이다. 부디, 용기를 갖고 겸손한 자세로 개혁 과제들을 완수하기를!


사진은 사전 투표 장소에서 찍었는데, 우연하게도 더불어 민주당에 바라는 마음이 실린 듯한 문구라 생각되어 견강부회해 사용해 보았다.

 

낯선 자를 자세히 살펴보자.

 

勇은 力(힘 력)과 甬(솟을 용)의 합자이다. 甬은 초목이 무성하다란 의미이다. 무성한 초목처럼 기세가 높고 세다란 의미이다. 날랠(용감할) 용. 勇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勇士(용사), 勇猛(용맹) 등을 들 수 있겠다.

 

能은 곰을 그린 것이다. 厶는 머리, 月을 배, 匕 두 개는 다리를 그린 것이다. 지금은 본뜻에서 연역된 '능하다'란 의미로만 사용하고, 본래 뜻이었던 곰은 熊(곰 웅)으로 표기한다. 능할 능. 能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能力(능력), 有能(유능) 등을 들 수 있겠다.

 

到는 至(이를 지)와 刂(刀의 변형, 칼 도)의 합자이다. 칼같이 정확하고 빠르게 도착했다는 의미이다. 이를 도. 到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도착(도착), 도달(도달) 등을 들 수 있겠다.

 

여담. 이번 선거에서 우리 누님들은 전부 미통당 후보들을 찍으셨다. 코로나19 대응 초기 정부가 중국 입국자들을 막지 않아 코로나19가 창궐했고, 이인영(더불어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우리나라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 주 이유였다. 누님들은 이와 관련된 동영상도 내게 보내 주셨다. 가짜 뉴스들인데, 누님들이 마음 상할까 봐 뭐라 말씀드리기 어려웠다.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누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짐작컨대, 이상한 쪽으로 투표 결과를 왜곡하여 생각하실 것 같다. 틀림없이 또 가짜 뉴스를 접하실테니 말이다. 접하는 매체를 좀 바꾸셨으면 좋겠는데, 이 또한 마음 상하실까봐 섣불리 말씀드리기 어렵다. 인식을 왜곡시켜 현상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게 만드는 가짜 뉴스, 코로나19 못지 않은 아니 그보다 더한 악성 바이러스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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